다산책방/山山山

봉정암 계곡산행

소연(素淵) 2021. 9. 21. 21:10

수렴동 대피소 왼쪽 골짜기이다.

비 내리는  검은 밤에 

까치발을 살금살금 딛고서 계곡 안쪽으로 들어와

어둠속에 잠자리를 폈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보니 밤새 내린비로

숲 향이 그윽하게 올라온다.

 

어두운 밤에 타프를 쳐서 비바람은 피했다.

모양은 난민 수준이다.

옥빛 물이 흐르는 계곡에 발을 딛었다.

물이 너무 맑아서 그냥 모래인줄 알고 밟았다가

물속에 풍덩 빠졌다.

에메랄드 색이라. 배웠나?

눈이 부시게 아름다워 바라보기도 버거운 물빛이다.

들어가고 싶은 계곡 안 동굴이다.

 

 

 

 

 

 

 

 

 

 

 

수십번을 요리조리  숲속길로 걷다가 계곡길을 넘나든다.

걸어도 지치지 않는 길이다.

강약 중간약 약약...부드러운 산행길이다.

흰구름 피어오르고

물소리 정겨운 계곡길을 조심스레 걷는다.

 

 

 

 

 

물 비늘이 무지개빛을 띄며  반짝인다.

넋 잊고 바라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물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여기서 노숙을 해도 좋은 듯하다.

 

두런두런 앉아서 일어설 줄 모른다.

 

 

 

 

누워서 바라보니 

싸이가 날 보는 듯 하다.

가까이 보니

선그라스 낀 싸이가 맞다. 

 

여기서 자고 싶다.

일어나기가 너무 싫어서 울음이 터져 나온다.

내 마음 몰라주고 다들 일어나서 배낭을 챙긴다.

 

요란한 잠버릇에 행여 계곡으로 구를까봐

나무에 한쪽을 묶어 놓고

늦은 낮잠을 잔다.

 

 

 

9월 18일 밤이다. 음력 12일이다.

한가위 대 보름달이 아직은 아니다.

거의 보름달이다

달무리가 아름답다.

밝은 달 옆에서 

기죽지 않고 또렷하게 빛나는 별 

넌 누구니?

목성이라고 들었었는데 맞나?

토성? 화성?

최소한 금성은 아니다.

 

 

달빛에 취해서 

잠을 못잘것 같은데

잠도 오지 않는데

잠을 자야한다.

왜? 여기에 혼자 오지 않았으니

잠을 자야한다.

오늘도 안자면 산뽕 달뽕에 취해 온밤 지새울까봐

알람을 맞춰놓고 달빛을 바라본다.

 

아마도 이산에 홀로 있었으면

밤을 지새웠을 것이다.

 

비비색에 들어가서도

달빛이 너무 고와

한동안 눈을 감지 못했다.

이 고운 달빛 보내주고 싶었는데

다행히도 핸드폰이 터지지 않아서

누구에게도 못보냈다.

다행이다.

달빛에 취해 자정늦게 주정 부릴뻔 했는데...

 

한동안 뒤척이다 잠들어  환해져도 눈을 뜨지 못했다

탄성이 터져나오고 소란스러워 부시시 일어났다.

계곡 여명에 일출이 온 산을 불태운다.

이른 새벽에 불이 났다.

날 보고 어쩌라고

이다지도 세상은 아름다운가?

조심조심

살금살금

바위에 딱 붙어서 걸었는데 미끄덩거리며

퐁당 물에 빠졌다.

몸이 엄청 둔해졌다.

피로가 누적되어 얼굴과 몸이 부어있어도 마음은 즐겁기만 하다.

 

 

공룡능선이 방금 보였었는데

금방 운해가 날아왔다.

아쉽다.

바람이 멈춰서 움직이질 않는다.

공룡능선과 용아장성이 한눈에 보인다.

설악 한가운데 내가 서 있다.

 

용아장성 능선이 눈 앞에 펄쳐있다. 

올라가도 올라가도 끝 없을것 같았는데 

이제 그 끝이 보인다.

거의 20년전 용아장성을 등반하고 나서

설악의 숨은 비경을보고 싶어서 암벽을 배웠다.

모든 것은 한 때이다.

그 한 때도 늘 변하고 있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도  변하고

혼자서도 변하고... 

차이를 횡단하는 자유를 누리고 있다.

그 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

 

 

전에는 옥녀봉에서 시작해서 봉정암 쪽으로 용아장성을 등반했는데

15시간 정도  걸리는 긴 산행이 무척 힘들었다.

거의 10일 이상 불면증에 잠못 이루고 있을때 덜컥 용아를 따라 잡았다.

마지막 직벽을 내려와서 봉정암을 도착 했을때가  떠오른다.

살았구나! 

 

적멸보궁이다.

봉정암에서 하룻밤 잘 날이 있겠지.

자고 싶다.

봉바위  바로 밑에 있어서 봉정암이라고 이름지워졌다.

금방이라도 굴러 떨어질것 같은 암봉들이 둘러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암자이다.

봉정암 뇌사리탑 오층석탑이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곳이다.

자장 율사가 당나라에서 부처의 사리를 얻어 봉안하고 암자를 지었다고 한다.

 

조용히 삼배를 올렸다.

삼배를 마친 나에게 여나 언니가 묻는다.

 

" 진짜 부처님 사리가 그렇게 많을까?

너 부처님이 진짜로 있다고 믿고 절했니? "

 

아마도 무신론자인 내가 요즈음 가는 곳 마다 절을 올려서 그런가보다.

 

" 부처님은 실존하셨어요

모든 인간이 불성이 있다고 말씀하셨고

그말씀을 등불 삼아

나 또한 부처가 되길... 나를 발견하길 바란다 " 라고 말했다.

 

봉정암 아래 쌍룡폭포가 구비구비 이어진다.

Y자 형으로 떨어지는 쌍폭을 볼수있다는데

내눈에 왼쪽 폭포가 안보인다.

물이 마른걸까?

피로가 싸인걸까? 폭포 설명보다 감동이 덜하다.

 

산행 중에 처음 만난 고운 단풍이다.

다시 오면 천지가 붉겠지

 

 

 

 

설악이 다시 그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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