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박으로 가는 천왕봉은 늘 중산리에서 올라가는 코스를 다녔다.
이번에는 백무동-장터목산장-천왕봉-세석산장-한신계곡-백무동 코스를 계획했다.
수술 후 첫 장기산행이라 긴장이 되었다.
한여름 밤 산행은 뜨거운 열기는 피했지만
땀방울은 주루룩 계속 흘러내렸다.
마른 바윗길에 앞서간 사람들의 걸죽한 육수 땀방울이 동글동글 보였다.
산죽꽃을 처음 보았다.
대나무 꽃은 꽃인지 열매인지 가무잡잡했는데
아름답다고 느끼기 보다는 처음으로 보는 꽃이라 신기했다.
한 발자국 한자국 힘을 내서 능선을 다 올라가니 동이 터 올랐다.
천왕봉의 일출이 탐도 났지만 흐른 날씨에 일출을 포기했는데 아쉬움이 생긴다.
산악마라톤을 하시는 분들을 계속 만났다.
뛰어다니는 그분들을 볼때면
내 무릎이 시큰 거린다.
" 참 좋을때다 "
멀리 반야봉이 보인다.
반야봉은 지리산 종주를 할때면 늘 시간에 쫓겨서 지나치게 된다.
수십년전 심마니 능선을 타다가 반야봉을 간적이 있었는데
넓은 중봉의 꽃 들판을 아직도 잊을수가 없다.
반야봉이 짝궁뎅이, 둥근모습이라 반야가 여성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전설속의 반야는 남성이였고 지리산 성모 마고와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
늘 들어도 슬픈이야기이다.
장터목 대피소는 생각보다 한산하다.
제석봉 전망대이다.
사라져가는 고사목을 대신해서
갖가지 모양의 구름이 멋지다.
천왕봉이 지척에 있다.
제석봉을 넘어 가면 바로 저 천왕봉이다.
통천문이다.
보통은 장터목에서 일출을 보기위해 이른 새벽 캄캄한 밤에
랜턴을 켜도 더듬더음 올라가는 길인데 오늘은 환한 대 낮에 양옆의 야생화를 보면서 오른다.
천왕봉에는 벌써 도착한 사람들이 표지석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천왕봉 서쪽바위에 '천주' 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이라는 뜻이다.
천왕봉 오를때 마다 천왕봉 표지석만 보고 왔는데
지리산을 조금 더 아는것 같아 기쁘다
천왕봉 아래 이런 넓은 평지가 있다니
지리산 야영이 자유로운 시절에는 최고의 장소다.
아이고 힘들어 누워보자
한숨자고 싶다.
두둥실 떠있는 구름을 보자니
나도 하늘 나라로 올라갈것 같다.
아쉽게도 구름속이 갇혀서 전망이
일명 곰탕이 되어 아무것도 안보인다.
다시 장터목 산장으로 가는데 가는길은 안개속이다.
역시 나중은 없다.
순간순간을 즐겨야지 나중에 봐야지 하는 풍경은 없다.
천왕봉 가는길에 뒤돌아보면서 앞으로 보면서
즐겨간 길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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