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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좌표/오늘 느낌은?

90세 엄마의 부활

by 소연(素淵) 2019. 4. 26.


건강하셨던 엄마가 작년 1월, 2월에 뇌경색으로 두번 연속 쓰러지셨다.

첫 뇌경색은 경미하여 생활에 불편이 없었지만 한달 보름 후에는

소뇌경색이 왔다.

겉으로는 멀쩡하신데

걸을수도 없었고 자꾸만 토하시고 어지러워하셨다.

연세가 89세라 뇌 가소성만을 믿을수도 없었다.

참으로 참담했던 지난 겨울이였다.



2017년 여름의 엄마


2017년 엄마의 봄



엄마의 결혼식

결혼기념일을 모른다.

물어봐야겠다.



2018년 2월 엄마는 병원에 입원하셨다.

매일매일 물리치료와 재활운동을 하셨다.



지루한 병상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4형제 자매가 때로는 혼자, 때로는 함께

엄마와 짧은 나들이를 했다.



" 엄마!! 병원에서는 흰머리가 어울려요..."

우리를 만날때 마다 미장원을 꼭 다녀오신다.



고난도 산행과 트레킹을 좋아하는 우리부부는

언니들 부부와 함께 여행을 거의 못했다.

엄마의 병원생활이 우리가족을 더 단란하게 만들었다.



병원생활에 위안이 되라고

우리들 보고 힘을 내시라고 작은 액자를 만들었다.





누워만 계시고 홀로 걷지 못했던 엄마가  한걸음씩 홀로 걸으셨다.



언니와 형부들이 가끔씩 콘도나 팬션을 빌려서 엄마와 함께 아루 이틀을 보냈다.



이제는 엄마가 시장에 가서 구경도 하신다.

퇴원하시후 우리들 해주신다고 토란대도 사셨다.



어깨가 더 무거웠던 오빠

착한 손녀 혜진이

다들 힘든 한해를 무난히 넘겼다.



엄마의 강진 친정집에도 들리셨다.

이웃 할머니가 엄마를 보시고 너무나 반가워하셨다 한다.



7개월의 병상생활을 마치기 위한  엄마의 집안 꾸미기

큰언니의 리더쉽으로

친정집이 새롭게 정돈되었다.


환우들에게 작별의 인사를 나누는 엄마



유난히 밝은 표정의 엄마

퇴원 후 집으로 오셨다.



드디어 10월 중순 엄마가 집에 오셨다.
센스 만점인 이모가

엄마를 위해 란 꽃화분을 준비하셨다.

" 엄마 축하해요 ~~~"










늘 가까이서 묵묵히 열심히 엄마를 챙겨주시는 새언니



 

 퇴원 후 조심스럽게 흘러가는 엄마의 일상

 바로 앞에 사는 오빠내외와 요양보호사, 그리고 세자매




결혼전 연애시절 재성씨가 엄마에게  93년에 선물했던

인삼벤자민 화분을 엄마가 무려 26년을 푸르게 길렀었다.

엄마가 7개월동안 집을 떠나 병원에 계실때

돌보지를 못해서 바싹 말라 죽은것 같았다.

집으로 데리고와 열심히 물을 주었지만

겨울에 단 한잎도 남지 않고

죽은 나무가 되었다.


엄마에게 미안하고

나무에게 죄스러웠는데


 4월이 되자 죽었다고 생각했던 나무가

연두빛을 내면서 하루하루 생기를 되찾았다.


꼭 엄마의 부활을 보는것 같아

기쁘다.



 


다들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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