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행운은 하얀 눈으로 부터 시작되었다.
변산에 폭설이 내려서
산행이 불가능하여
서산 도비산으로 향했다.
비자림에 쌓인 눈이
어머니가 정향수를 떠놓고 기도를
드리는 모습처럼 보인다.
가지사이의 은은한 햇빛은 소원을 들어주신다는
응답이 아닐까?
목화솜 이불에서
몽땅 탈출한 듯한
눈 송이들이다.
최인호의 '길 없는 길'의 주인공인
경허스님과 만공스님의
이야기가 가득한
간월암과 도비산 부석사에
하얀 눈과 함께 오게 되다니 엄청난 행운이다.
부석사 일주문- 부석사 탐방-도비산 정상(해발 351m)- 해돋이 전망대 - 임도길 내려오는
두시간 정도의 짧은 산행코스를 잡았다.
영주 부석사는 676년에,
서산 부석사는 677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하셨고
사랑이야기가 담긴 창건 설화도 같다.
대웅전 대신 극락전이 있다.
폭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커다란 가지가 꺽이고 말았다.
나도 모르게 내 목에 손이 저절로 올라간다.
안타까움이여!
템플스테이 영향일까?
시멘트 도로가 넓게 펼쳐진다.
눈속에 덮힌 도로라 운치가 있다.
높은 기둥이 있는 운거루이다.
차 한잔이 어울리는 전망이다.
하늘을 배경으로 바라보니
실 핏줄같은 나무가지가
내 몸의 기운을
하늘로 하늘로 옮겨주는 듯 하다.
템플스테이 회관이다.
지금 이순간 누가 이곳에서
내면을 들여다 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위 건물인 심건당, 목룡정이
소가 누운 모습같다 이름이 우유 약수이다.
한겨울에도 온도가 미지근하여
마시기에 참 좋다.
산신각이 있고 계단 옆에는
만공스님이 정진하셨다는
만공 토굴이 있다.
산을 안내하시는
서산 면장님 걸음이 어찌나 빠르신지
멀리서 바라만 보고 발걸음을 돌렸다.
낮은산 도비산에
의상대사가 절을 세우신 까닭은
탁 트인 전망때문이 아닐까?
일자형으로 배치된
경내가 소박하다.
큰 방에는 만공스님이
70세에 적으셨다는
부석사 현판이 걸려있다.
둥글 둥글
감싸 안아 줄 것 같은
부드러운 획이다.
절 내에서만
하루를 보내고 싶다
한걸음 한걸음 절을 빠져 나간다.
부드러운 오르막을 오른다.
어떤 각짐도
경계도 둥글게
감싸안는
하얀 눈
하얀 눈으로
경계의 무너짐으로
승화되는 철학을
생각해본다.
세상도 이렇듯
경계없는
사랑으로
이루어질수 없을까?
눈 녹으면 그만일
순간의 환상일 뿐인가?
눈이 따스하다.
눈이 참 따스하다.
바람 한점 없는
투명한 맑은 날
눈부신 햇살이
천수만 바다를 빛나게 한다.
앗 차가와!
나뭇가지의 장난일까?
뽀드득 뽀드득
발자욱을 남긴다.
굴물회 맛을 아직까지 잊을수 없다.
한 겨울에 맛보는 최고의 맛이
미각을 깨운다.
상큼한 굴향기에
알싸한 고추 맛이 일품이다.
행운은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했다.
간월암이 섬이 되었다.
걸어서 간월암에 들어가곤 했는데
멀리서 바라보는
작은 섬
간월암이 더욱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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