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해?
갈까? 말까?
고관절 골절로 아직도
걷기가 불편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가는데
너무 무모하지 않을까?
휴가지가 나크리 경로안에 있는 태안반도이다.
영향력은 강력하지만
속도가 느린 나크리는 아직도 제주도에 머물고 있었다.
하늘은 잔뜩 비구름을 머금고
바람은 점점 거세어진다.
내일은 정말 태풍이 이곳에 온다
지금 이 순간이
즐겨야 할 순간이다.
리조트에 도착하자 마자
서둘러 바다로 달려나간다
작년 휴가때는
설악산 권금산성 정상에서
가족사진을 찍었었다.
높은 바위를 씽씽 올라가던
가뿐한 어머니였는데
겨울에 한번
눈길에 넘어졌을 뿐인데
벌써 8개월이 지났는데
안타까울 뿐이다.
노인들에게는
골다공증이 정말 무서운 병이다.
삶의 질이 확 떨어지고 말았다.
여름 휴가를 제일 즐거워 하시는 어머니
" 형수님,우리 가족이 내년에 휴가갈때는
차 두대 가지고 가야겠어요"
속으로 " 얼른 결혼해서 ~~~
도련님 가족도 이제 좀 만드세요 ㅋㅋ"
한살 어린 시동생이지만
언제나 고등학생같은 느낌이 묻어난다.
어머니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수준급 요리사로 변신중이다.
" 형수님~~~
호박은 나중에 넣어야 해요. 지금은 안돼요~~~"
시누이가 보내준 튜브와 돌고래가 있어
더 즐거운 물놀이다.
실컷 즐기자
오후 2시인데
먹구름이 시커멓게 일어나
석양같은 기분이 든다.
눈에 물 들어 갔어 힝...
엄마 튜브가 최고야~~
돌고래 꼬리 타기가
재미있다.
슈우웅~~ 슈우웅
조개 잡기 준비 완료다.
천일염도 준비했고
부삽도 ...
어디를 파야 조개가 나올까?
전에 이런 구멍에서 죽합, 맛조개 많이 잡았다.
자... 이런 구멍에 얼른 소금을 넣자.
그런데 파자마자 물이 금방 들어와
소금을 넣을수가 없다?
어? 이게 아닌데
뻘이 아니라 모래 사장이라
조개가 없나보다
수영 선수인 어머니가
바다를 바라볼뿐 물속에 들어가질 못했다.
튜브타고 시도를 하자마자
벌러덩...
큰일날뻔 했다.
올해는 그냥 눈으로 바다를 즐기셔야 할것 같다.
물놀이에 시큰둥 하던 예슬이가
조개 잡기에는 열성이다.
몽산포에는 조개가 많던데
이곳 신두리 해수욕장은
조개가 정말 없다.
파도 파도~~~ 자꾸만 파도
엄지손가락 조개만 간혹 보인다.
윽... 조개구이는 사서 먹어야 하나?
아이들은 삼겹살만 후다닥
와인과 맥주가 넉넉하다
술먹고 얻은 병을 술로 다스려야 하나?
쓰린속을 달래며
클라우드을 자꾸만 먹게 된다.
베란다 문을 열고 나오면
바로 바닷가이다.
노을이 타오르고 있다.
진한 먹구름 사이에
숨어 있다가
바다에 잠길 즈음
황금알이 쑤욱 내려온다
일출이야? 일몰이야?
바닷물도 반짝이고
파도도 빛난다.
빨리 해야 들어가라~~~
어서 어둠이 내려라~~~
노을을 감상하면서도
어둠을 기원하는 다예
낮에 사뒀던 스파클라 때문이다.
야호~~
갈매기가 점령하던
해변에 아이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한다.
물빠지는 속도가
LTE급이다.
" 너 할머니한테 말하지마! "
" 응 "
할머니를 보자마자
" 할머니 ! 엄마 죽을뻔 했어요"
태풍이 오기전이다.
어서 가서 바다로 가자...
튜브에 두둥실 두다리를 올려놓고
보트처럼 둥둥 떠다니다
기분에 취해 잠시 눈을 감았다.
" 엄마!!! 다리가 땅에 안닿아 얼른 이쪽으로 와! "
" 야~~~ 장난하지마...ㅎㅎ "
" 엄마 진짜야 나도 땅에 안 닿아 , 엄마는 더 멀리 있어, 어서와 "
설마,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저만치 멀리 있고
나만 바다 한가운데 홀로 있다.
밀물에 계속 바다로
바람도 바다로 불고 있다.
서둘러 두 발을 튜브에서 빼려고 했지만
뒤뚱뒤뚱 거릴뿐 다리가 빠지질 않는다.
점점 바다로 바다로 흘러간다.
" 으악 ~~ 무서워 "
어찌어찌 어거지로 튜브속에 두발을 넣고
바다로 쑤욱 들어갔지만
발은 땅에 전혀 닿지가 않는다.
" 엄마!!! 어서와!!!"
다예의 다급한 외침만 들릴뿐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 다예야 아빠 좀 불러와 "
그런데 그도 수영을 못하고
숙소앞 파라솔에서 이야기 중인데 언제 불러올까?
어떡하지
" 엄마 내가 갈께"
돌고래에서 내려온 다예가 헤엄을 치고 오려고 한다.
수영을 할줄 아는 다예
하지만 너무 위험하다
바람도 불고,,,너무 두렵다.
" 다예야!!! 너는 제말 오지마
엄마가 그냥 어떻게든 가볼께
너는 절대 오지마... 절대 "
갑자기 신파극이 되고 말았다.
정말 그 순간
다예가 오면 안됀다는 생각만 들뿐이였다.
죽어도 혼자 죽어야지
절대 위험을 감수하고 아이를 오게 할수 없었다.
튜브에서 발을 동동 거리고 차고 나아가려 해도 점점 해안가에서 멀어져 간다.
" 아... 이렇게 죽는걸까?
죽어도 혼자 죽자... 흑..."
" 우리 엄마 좀 살려주세요, 아저씨...
우리 엄마 좀 살려주세요 "
목청 큰 다예의 외침이 계속 된다.
" 아저씨...아저씨..."
필사적으로 외치는 소리에 멀리서
한분이 다가오신다.
" 살았다.... 휴~~~ "
손을 잡자 마자...
" 감사해요... "
생명의 은인이 말한다.
" 저도 무서워요, 감사보다는 지금 살아서 여기서 나가야 해요...
저도 무서워요,... "
아찔했던 순간이 지나가고
새빨개진 얼굴만이 화끈거렸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너무 가깝구나...
아무튼 다행이다...
웃을수 있어서 행복하다.
" 다예야, 고맙다."
자식을 위해서는 목숨을 버릴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던 순간이였다.
조개는 생각보다 잡히지 않고
조개구이 집에서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예슬이
두웅습지의 개구리 화장실이다.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두웅 습지는
7500년전에 하단부가 만들어지고
4500년 즈음 주변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때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충분히 즐길수가 없었다.
학암포 해변의 굴 양식장
자연 양식장인가?
지금은 굴을 채취하면 안돼는 계절이다.
굴에 독이 있기 때문인다.
한알 까 먹고 말았는데
입안이 얼얼하다.
색깔도 약간 녹색빛을 띄고 있다.
예슬이는 어릴때 간월암에서 할머니랑
굴 따먹었던 기억을 떠올리고
자꾸만 굴을 따고 싶어한다.
호미랑 조그만 이쑤시게를 이용해서
굴을 따먹었는데
먹어도 먹어도
양이 차지 않아서
아귀가 된건가?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도련님은 게 잡이에 열심이다.
다예는 참 사려깊은 아이다.
다리 아픈 할머니랑 함께
저 멀리서 바라보고 있다.
" 엄마 할머니 다리 아프데 "
" 아니다~~~ 더 놀다와 여기서도 경치 잘 보여 "
2박 3일
마지막 밤이다.
으아악~~~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엄마~~~
모기떼야!!!!
'다산책방 > 訪訪訪'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천 벽화 문화마을 (0) | 2014.09.19 |
---|---|
태종대 (부산 1박2일) (0) | 2014.09.18 |
변산 내소사 (0) | 2014.06.13 |
변산 채석강 (0) | 2014.06.13 |
메타세콰이어 길 (0) | 2014.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