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좌표/오늘 느낌은?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44기 - 물음표

소연(素淵) 2013. 4. 15. 17:57

 

 

" 기사를 쓰기 전에 가슴이 뛰어야 한다 "

오연호 대표기자의 가슴론을 들으면서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오연호의 기자만들기 44기 2박 3일 일정이 시작되었다.

 

" 기자가 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세상에 분노하다보니 기자가 되었다"

진보와 빈곤을 저술한 헨리 조지는 직업기자가 되기위해 스팩을 쌓은 것이 아니고 인쇄소에서 일하다 링컨 암살에 격분에 글을 쓴것이 언론인의 눈에 뛰어 직업 언론인이 되었다.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평생 심층취재를 했던 그는 시대가 요구하면, 변신을 마다하지 않았다.

 

" 나는 이 일을 좋아하는가? "

 글이 세상에 필요한 문제 제기를 할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기자가 되고 싶었다

막연하기만 했던 기자 되기의 첫 수업이였다.

 

<강화도 불은면 넙성리에 위치한 오마이뉴스 스쿨 2층 숙소 복도>

 기대감과 흥분 그리고 열정으로 즐거웠던 순간이였다.

하지만 열정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다음날 부터 입술에 헤르페스를 달고 엄청나게  피곤한 몸을 이끌고 많은 번뇌에 시달려야 했다.

 

 

 

기사문이란  " 어떤 사건을 가장없이, 장식없이, 누락없이, 분명 정확하게 기록하는 글이다"

" 대상에겐 냉정하면서도 독자에겐 친절해야 한다." (문장강화-이태준)

 

기사 문장 서비스 정신을 여덟 가지이다.

 

정확성 - 독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줘라

명확성 - 독자를 헷갈리게 하지 말라

적합성 - 가장 알맞은 말로 전하라

간결미 - 독자의 숨을 가쁘게 하지 말라

담백미 - 독자의 속을 느끼하게 하지 말라

신속성 - 당신의 독자를 뒤쳐지지 않게 하라

논리성 - 독자에게 매끄러운 흐름을 즐기에 하라

감동미 - 눈에만 보여주지 말고 귀로도 들려주고 가슴에도 닿게 하라 (단 사실로)

 

60분만에 스트레이트 기사하나를 쓰는 기사쓰기 실습시간은

혼자서 주절주절 생각나는 대로 적어가는 것에 익숙해 있어서 기사를 작성해야 할때는 주저하게 되고 당황스러웠다.

 이때 쓴 기사를 가지고 오연호 대표기자의 개별 첨삭지도를 받을때는

창피한 마음과 부끄러운 마음이 겹쳐서 그 자리를 벗어나고만 싶었다.

 

그때 쓴 기사의 한구절을 옮겨보면

[ 꿈이 있는자 꿈에서 깨어난다 (...) 오기만에 참석한 이들은 연령별 18세에서 57세로 40여년의 나이차를 넘나들었고 직업별로는 홈스쿨  고등학생, 대학생, 사업가, 치과의, 공무원, 현직 기자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었다. "나는 왜 기자만들기에 참석했는가?"  트위터 8만을 가진 신광태씨는 이미 192편의 기사를 쓴 역량있는 우수 시민기자임에도 좀 더 체계적인 기사쓰기 교육을 위해 참석했으며 다수의 청년들은 진로를 모색하기 위해서 부산, 목포에서 이곳 강화도 불온리까지 올라왔다. (...)]

 

글 중에 강화도 불온리는 잘못된 정보였다. 정확히 강화도 불은면 넙성리라고 적어야 했으며

리드글은 애매모호하여 독자는 그 글을 읽고 어떤 정보도 얻을수 없었다.

꿈이 있는자 꿈에서 깨어난다에서 처음 꿈은 기자되기이며 그 뒤의 꿈은 단순한 몽상에서 깨어남을 뜻하는 것이였는데

결국 나만 아는 글이 되었다.

 

 

" 헌법위의 이마트, 심층취재 특종은 어떻게 가능했나?"

 

 " 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비판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오마이뉴스>는 최근 유통업계 1위인 신세계 이마트의 인사·노무 관련 내부 자료를 입수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사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힘든 수준이었다. 문제는 이것이 이마트만의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기업이든 공기업이든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은 보장돼야 한다. <오마이뉴스>는 이런 문제의식으로 집중기획 '헌법 위의 이마트'를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말] "

 

우연히 이마트 파일에 대한 정보를 듣고  정보 제공자를 설득하기 위해 휴가도 반납한채

정보 제공자의 집앞을 서성이기도 하고 늦은 시간까지, 혹은 밤샘을 한채 파일에 매달리는 열정은

조용한 이미지의 최지용기자의 모습과 처음에는 쉽게 매칭되지는 않았지만

강의를 듣고 또 그가 쓴 기사를 계속 찾아서 읽어보니 그 답이 나온다.

 

<느티나무 보다 더 든든한 숙영님 >

이번 기수에 혹시 내가 가장 나이가 많은것 아닐까?

잠시 생각을 한적이 있었는데 백발이 아름다운 숙영님을 만나게 되었다.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맑은 음색으로 깔깔거리며 이야기 하는 모습은

여고시절을 생각나게 했다.

 

" 황신애씨 잠깐만 이야기 해요, 자 ~~ 생각해봐요 우리 ~~ "

 

생각의 차이를 조곤 조곤 설명하는 모습은 편안함을 주면서도

그 차이를 좁히거나 변화시키려고 하는 노력이 엿보였다.

어쩔수 없는 생각의 다름을 생각의 강요가 아닐까 하면서 쉽게 포기해 가던 요즈음의 안일함에 반성을 하게 된다.

자꾸 기운빠지며 늙어가는 스스로에게 자극이 되는 분이시다.

 

 

" 정치부 기자를 하려면 인맥을 쌓아야 하고, 사람들을 계속 만나야 되요 "

 

정치부 기자의 세계에 대해 장윤선 기자의 강의를 들으면서 기자란 작업이 더 이상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특히 수많은 인맥을 쌓아야 하고 수 많은 사람들의 만나야 한다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처음 기자만들기에 지원했을때는 꿈을 향해 한발짝 앞으로 나아간것 같았는데

자꾸만 위축이 들면서 이자리가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만하다.

큰 벽을 만났는데 벽을 넘어가기 보다는 그냥 뒤돌아서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였다.

이 강의를 들을때 심신이 몹시 허약해졌는지 종합적인 생각보다는 그냥 너무 힘들다라는 투정만 속으로 부리고 있었다.

 

 

아주 짧은 쉬는 시간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학교를 둘러보았다.

책읽는 소년소녀상, 세종대왕 동상, 이순신장군 동상, 이승복 동상이 눈에 뛴다.

신성초등학교를 리모델링 할때 내부의 모습만 바꾸고

페인트 칠을 안하고, 부서진 계단도 그대로 둔

겉모습은 폐교 그대로 이다.

그래서 더 정감이 간다.

안목 높은 예술가가 디자인했을것 같은 멋진 학교다.

 

"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

어린 시절 해마다 반공 어린이 글짓기를 했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초등학교 4학년때 내가 지은 반공 글짓기는

 " 헉헉~~ 그는 달리고 또 달려갔다. "

이렇게 시작되었었다.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다가 공산당에 가입하게 되고 육이오 전쟁 후에 국군에게 쫒기는 젊은이를 묘사했었다.

소설을 좋아했던 나는 소설 속 멋진 주인공이 공산당에 가입하게 되면 너무 슬프고 안타까웠었다.

마치 그가 너무 비참한 최후를 맞이 할것을 미리 알고 있는 것 처럼  속이 상하고 답답했다.

아무도 정식으로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쫒기는 그의 영혼이 맑고 고왔을 것 같은 생각때문이였다.

 

거의 40년이 지난 지금도 종북이라는 " 너도 종북 " 이라는 글이나 말을 자주 듣게 되니 씁쓸할 뿐이다.

 

 

" 다시 돌아가고 싶니? 20대로? "

 

Oh~ No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아, 다시 그 세월을 또 살아가긴 너무 힘들어

파우스트를 지은 괴테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갖는 부분이다.

다시 젊어지고 싶어 영혼을 팔다니, 사랑의 힘이 그렇게 큰걸까?

 

하지만 이틀 동안 이들의 체력과 열정은 부러웠다.

세상에 덜 부딪쳐서 더 부드러운 부분과, 더 똑 부러지는 모습도 이뻤다

 

< 나와의 대화 시간에 숙소에서 수다정진하는 모습>

소연씨가 들려준 살아온 이야기는

참 많이 달랐다.

당당하게 때로는 뻔뻔하게 자신의 생각을 적나라하게  내 뱉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언제부터인가 자꾸만 위축되어 가고 소심해져 가고, 목소리가 점점 작아져가는  것에 대한 확실한 카타르시스를 주었다.

 

어느 옛날에 명부가 잘못되어 저승에 끌려온 사람을

염라대왕이 미안해 하며 이승에 보내기전 한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노라 했더니

그가 그냥 평범하게 모든것이 평범하게 살수 있도록 해주세요란 대답을 하였더니

갑자기 염라대왕이 지팡이를 내 던지며 " 평범? 그것은 우리도 안돼는 것이여!!! " 하며 막 화를 냈단다.

깔깔깔... 숙영님의 이야기에 다를 깔깔깔이다.

 

 

 " 기자 될려면 더 억척스러워야 할것 같은데요 은희씨! "

은희씨 모습을 볼때마다

손을 잡아주면서 자꾸 말을 걸고 싶었다.

멀리 부산에서 올라온 대학생인데, 순수하고 맑은 이미지가 계속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이미 알고 있으므로 더 궁금해진다.

 

 

" 오연호 선생님의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

2박 3일 동안 수업을 듣는것 만으로도 온몸이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이분은 하루종일 강의를 거의 도 맡아 하시고 늦은밤 대화의 시간도 마지막까지 함께 하시고

개인별 첨삭지도까지 열정적으로 하신다.

깡마른 몸매에 거무스름한 얼굴이 " 나 피곤해요 " 라고 말하는 듯 하는데

그의 수업은 열정 그 자체다.

강의 도중 내내 꼬인 마이크 줄을 풀어가며 질문과 대답을 이끌어 간다.

그는 하루 48시간을 살아가는 분이다.

아마도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어 보고 싶고

배운것을 남에게 주고 싶은 봉사정신에서 나오는 엔돌핀이 그의 혈관을 마구 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별 첨삭 지도 시간에

" 나이가 몇살이에요? 음... 왜 이렇게 엄살이에요? "

" 기사 쓰기 꼭 해보세요 "

그의 열정에 비해 너무 초라한 모습이였다.

 

<96년생으로 홈스쿨을 하고 있는 김성민군>

졸고 있는 모습이 아니다

고재열<시사인>기자, 김태형<미디어다음>미디어기획팀장, 오연호의 " 미래의 기자상" 을 말하다 시간중에

꼼꼼히 메모하고 있는 모습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부터 홈스쿨을 시작해서 대입검정고시까지 합격한 상태이다.

인터뷰하고 싶은 대상이였는데 시도해 보지 못했다.

약간은 수줍은 듯 말끝을 흐리면서도 질문을 하는 모습은 사뭇 냉철해 보였다.

큰딸보다 더 어린 아이인데 생각연습을 많이 해서인지 더 진중해보인다.

 

스마트폰도 없고, 페이스북 계정도 없는 상태이고 새로운 미디어를 거부하고 싶은 충동때문에

수업을 듣는 도중 졸지는 않았지만

수업내용을 도통 이해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고재열 기자의 독설닷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 대학원 원장님의

" 독자의 마음을 움직여라, 편집의 묘미 " 를 주제도 유럽언론의 어젠다 셋팅에 관한 내용을 배웠다.

미국신문과 유럽신문에서의 사실의 단순보도와 의견을 제시하면서 보도하는 두가지 방법의 차이와 함께

단순 보도속의 숨겨진 아젠다의 함정등에 날카로운 비평을 하셨다.

2시간으로는 너무 짧은 강의시간이였다.

그분이 2008년  " 부디 정쟁만 부추기지 말고 논쟁을 부추겨라." 라고 한겨레 신문에 기고했던 글이 생각이 났다.

 

 

드디어 수료증을 받는 순간이다.

지금 수료증을 받고 있는 분은 우리기수 반장을 맡은 정태승 님이시다.

얼마전 문화란에 "지슬" 영화 감상을 싣고서 정식 시민기자로 데뷔를 하였다.

명랑한 분으로 기억에 남는다.

 

여전히 그자리에 머문 자신이 답답하고

세상이 더 두려워지는 이 기분은 무엇일까?

 

44기 오연호의 기자만들기는 내게 무엇이였을까? 어떤 시간이였을까?

계속 물음표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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