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지기가 추운지 손을 내놓지 않아서
셀프촬영 중이다.
표정만 보면 이건 완전 히말라야 원정대 차림인듯 하다.
어리목까지 차량 운행이 불가능하여
눈길을 걸어서 어리목 매표소로 향한다.
아스팔트 길이
드 넓은 눈길이 되었다.
어리목에서 계곡으로 올라가는 중...
곧 사제비 동산이 나올듯 하다.
종일 눈이 내리고 있는중인데
오르막 길이라 조금은 숨이 차오른다.
우와~~
제주도 날씨가 넘 추워...
바람도 세차고 눈발도 날리고
사진을 찍느라 장갑을 벗으면 손이 금방 꽁꽁꽁이다
이길만 지나면 오르막 끝...
멋진 사제비 동산에서 쉬다가
윗세오름으로 올라가는 길만 남았다...
고지가 바로 저기다.
사제비 동산에서 윗세오름까지의 멋진 풍광은 어디로 갔는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세찬 눈보라만 몰아친다.
빨간 표지 깃발이 눈발에 희미해지고
올라갈수록 눈에 잠겨서
윗세오름 다가보니 깃발이 머리끝만 보인다.
이제부터는 사진 촬영은 엄두도 못내고
...
그래도 뒤에서 몰아치는 눈바람은
포근한 바람이다,
휴게소에서 컵라면 한그릇으로 천국을 갔다오니
정말
" 눈이 눈에 늘어와 눈을 뜰수가 없어서..."
겨우 바라클라바에 눈망울만 내 놓았는데
그 조그만 틈으로 눈들이 몰려온다.
겨우 사제비동산으로 내려와 계곡길로 접어드니 잠시 평온한 기분
난 어디를 다녀왔는가?
지나가시는 분이 한컷을 찍어주신다.
꽁꽁 싸매두었던 얼굴을 풀어본다
손도 아직까지 알알? 얼얼?
약간 알싸한 아품이 느껴진다
휴게소에서 라면 쓰레기를 들어왔더니
그사이 라면 국물이 얼어버렸다.
흐를 걱정이 없어서 다행이다.
김정희 님이 제주도에서
혹시 이 풍경을 보시고 세한도를 그리셨을까?
물론
노송은 아니지만
그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다시 어리목 매표소를 지나서 주차장으로 내려간다.
까마귀들이 비상하고
멀리 구름들이
하늘색을 시시각각
변화 시킨다.
한라산 산행중 가장 많은 눈과 함께한 산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