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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좌표/특강 정리

시에게 길을 묻다 - 도종환

by 소연(素淵) 2011. 4. 27.

 

라일락 꽃

                -도종환-


꽃은 진종일 비에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빗방울 무게도 가누기 힘들어

출렁 허리가 휘는 꽃의 오후


꽃은 하루종일 비에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


빗물에 연보라 여린 빛이

창백하게 흘러내릴 듯 순한 얼굴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꽃은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



비오는 봄날

약속장소를 향해 길을 걷던 시인이

바람에 실려온 라일락 꽃향기를 맡고

발걸음을 옮겨


꽃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본다.


모든 생물은 언어가 있다.

저 새들도, 저 나무도~~~

때로는 지저귐으로, 향기로, 울부짖음으로 생물은 서로서로 말을 나눈다.

만물을 귀히 여기는 마음으로 서로의 생존에 힘이 되고 싶다.


꽃은 항상 최선을 다해 핀다~~~

그가 묻는다.

이게 최선입니까? 당신은 최선을 다해서 삽니까?

하지만 나는 최선을 다하는 삶을 너무 버겁다.

그냥 좀 더 느슨하게 살고 싶다...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우연히 노란 코스모스를 닮은 노란 금계국(여름국화)을 보고

무슨꽃일까? 호기심으로 꽃을 바라보다


비 바람에 흔들리는 꽃을 보며

인생에 일부분을 투영시켜 만든시인데


이 시를 보고

사춘기 시절을 보호감호시설에서 보내고, 수녀원에서 사회적응 훈련을 하던 소녀가

외박, 말썽을 피우던 중 이 시를 읽게 되면서


“ 세상을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대요, 하지만 결국 예쁘게 피지 않겠어요?

저도 지금은 이렇게 흔들리고 있지만 예쁘게 피게 될거에요“


수녀님이 들려주신 소녀의 이야기와 같은 수많은

울림들이 이 시속에 퍼져 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모든 사람의 안에는 시인이 잇단다. 깨어있는 감각과 가슴속 생각의 울림을 살려 놓을때

나도 시인이 되어 사랑을 이야기 할수 있겠지.


벌레먹은 나뭇잎

                             -이생진-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이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이 시낭송을 들으면서

남을 먹여가며 살아가는 

노동의 흔적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꿈을 꾼다.

그건 꿈이 아니라 살아가는 모습이겠지.


      그 꽃


    -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등산을 즐기는 나로서는 종종 경험하게 되는 상황

“ 내려갈 때 비로소 풍경이 보이네”

이런 딱딱한 한줄이

시인을 통해서는 노래가 된다.


수급불유월(水急不流月)

“물은 급하게 흘러가도 달은 흘러가지 않는다.

 우리가 못보고 지나칠 뿐이지 항상 그 자리에 있는것이 삶에서 행복이란 것이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순간순간 자신을 돌아볼때

아름다운게 보인다.

나를 마주보는 명상시간이 필요함을 다시한번 느껴본다.


          산유화

                    -김소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산에서 사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서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저만치 떨어저 태어나

고독하게 홀로 피어있는 꽃이

새와 함께 살다가

또 홀로 떠나는 생,


김소월의 자연관, 인생관, 삶 등이 엿보인다.

대지 속에 깃든 삶의 이치

생이불유(生而不有)

살아가지만 없는 듯이 하고 존재 하지만 소유 하지 않고

내 맘속으로 들어 올려면 시간이 좀 걸릴것 같다.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 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게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전교조 활동으로 학교에서 해직되고

동료들과 토론중일때


문득 담쟁이 넝쿨이 보이고

넝쿨을 바라보면서 지은시가


몇 년전 인터넷 설문조사를 통한

평생을 간직하고픈 한편의 시 1위에 뽑혔다며


그만큼 현시기에 힘들고 지친 사람들이 많아서 그러지 않을까하는 안타까움과

이 시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가치를 중심으로 사고하자는 말씀을 하셨다.


노무현과 최시형, 그리고 수많은 이땅의 바보 소리를 듣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일 할려고 하는 사람은 때가 아닐때가 없다(한용운)는 말을 하시며


우리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이야기를 하시며 적극적 태도와 선함, 정정당당함을 가진 주인공이

돈많고 배경좋은 마준을 상대로 이기기를 바라는 마음이,현실에서 불가능한 것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은 문학적 사고이고 소망적 사고며 그러한 마음이 마음으로 그치지 않고 현실에도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멋진 사회일까?


쌀쌀한 실비가 내린 봄 저녁

낮은소리로 울림 넘치게

한수 한수 시를 낭송하면서

생각을 풀어주시는 강연 내내


벅차오르는 희망과 기쁨

그리고 정말 내 안에 살아있는 시인을 만나는 시간이 였다.


역시

인쇄된 책으로 읽는 것 보다

서로 공감하면서 눈을 마주 보면서

함께 하는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였다.




시에게 길을 물었더니

환한 웃음으로

부드러운 길을 알려준다.

 

나도 잠시 잠시

멈추어서 나를 돌아보련다.

도종환님의 교육에세이는 은은하고 고운 향기가 난다.

시지프스의 바윗돌 옮기기 만큼이나

힘이들고, 때론 원점으로 돌아가는 그 길을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변함없이 걸어가는 분

그 분이 내게는 꽃이다.

삶을 아름답게 피워나게 하는

앞서가는 꽃이다.

따라가서 함께 피어나게하는 격려의 꽃이다.

바쁘실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