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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좌표/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랩소디

by 소연(素淵) 2009. 5. 26.

아침 출근길에 꽃집에 들렀다.

 흰 국화가 없었다.

가시는 길에 직접 꽃한송이 올려드리려 했지만 국화는 없었다. 

이른 아침부터 길거리 리어커에 노란 참외가 수북히 올려있다.

 노란색... 노란 풍선, 리본을 보면 노무편 대통령이 떠오른다.

그래 노란 풍선대신, 하얀 국화대신 노란참외를 상에 올리자는 생각에

 분향소 옆 화장실에서 참외를 씻고 있자니 또 눈이 흐릿해지고 눈물이 쏟아진다.

 

 

 

 

구청 분향소에서 흰 국화들 사이에 세알의 참외를 올렸다.

마련해 놓은 흰 국화 한송이 같이 올렸다.

향 한자루를 피워 올리고 절을 하니 밀려오는 회한에 울먹인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신지 4일이 흘렀지만

 만감의 교차는 40년을 훌쩍 뛰어 넘는다.

구청에 분향소가 설치되었다는 방송이 어제 오후 흘러나왔지만

마음은 서울광장에 가있어서 서둘러 퇴근을 하였다.

 딸아이에게 시청에 가자고 하는데 시큰둥한 반응이다,

 남편도 마지못해 내일 같이가자는 말만 되풀이 한다.

친우에게도 분향소 가자 말했지만 그냥~~~ 흐릿한 답변만 돌아올뿐...

 

슬프고 외로운 4일째이다.

돌이켜보면 20대를 넘긴 후 혹은

학교를 졸업하고는 정치쪽을 바라보지 않았다.

어두컴컴한 학보사 실에서 촛불을 켜놓고

열띤 나날을 보냈던 기억은 정말 아득한 기억으로 남을뿐...

15년을 넘게 공직에 있어선지,

 아니면 나의 주 모습이 그러했는지 마음속에는 의문마크(?)보다는 그냥 느낌표(!)만 자리잡았다. 

생각도 깊게 하기를 주저했고 나오는 소리는 그나마 다 삼켜버렸다.

 

그러하다보니 학보사시절 동지를 만나도

 대화를 겉돌았고 더 움츠러듬을 느껴야 했다.

그들이 세상을 더 넓게 보고 환경, 노동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눌때

어떤 등산화가 좋은지... 어느 산이 아름다운지 어느 바위를 생각하면서...

나는 그들을 떠났다.

 

난 외롭지 않았다.

나에겐 또한 산이 있었고, 마시는 차가 있었고, 책이 있었으니...

 

하지만 이순간은 너무 외롭다.

슬픈 마음속에서 이 슬픔을 같이 토로할

벗이 곁에 없다는 것이 너무 외롭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노사모냐고 가끔 묻는다.

나는 노대통령을 좋아했지만 그를 지지하는 마음을 별로 말하지 않았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결코 내 말을 듣고 생각을 바꾸지 않은다는 사실을 확고히 믿었으므로

그냥 마음을 감추면 차라리 맘이 편했다.

 

등산중에 알려진 서거소식이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아닐꺼야!!! 믿고 싶지 않는  그냥 확 텅비어 버린 마음만 들뿐 사실이 아닌것 같아서...

 그냥 산우들과 담담하게 산행을 마쳤다.

 간단한 점심식사때도 담담하게 소주잔을 비웠고 산행이 좋았다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부터 계속 눈물이 나왔다. 

 두 눈이 퉁퉁부었지만 눈물은 멈추질 않는다.

 

일요일은 당직근무일이였다.

내내 혼자 훌쩍훌쩍...  봉하마을로 간 사람들의 소식이 인터넷에 올라온다.

그 순간에도 봉하마을에 갈 엄두는 못내고 

서울광장에나 가봤으면 하는 마음뿐이였다.

 

일요일 처음으로 다음 노사모 까페에 가입을 하고

 봉하행 버스에 신청을 했다. 자리 배정 소식이 없어서 그냥 기다리는 중...

 혼자서 나서지 못하는 나의 유약함을 욕하면서도  이렇게 시간을 보냈다.

 

 세알의 노란 참외를 영전에 올린 후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가 나에게 남겨주는

세가지 의미를 찾아 보아야 겠다.

 

오늘 하루는 나의 애통하고 슬픈 마음을 감추지 않고

 봉하마을도 가고 시청도 가고 그래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