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30일 용산역에서 밤 10:50분 마지막 구례구역 열차를 타고 새벽 3:30분에 구례구역에 도착했다.
역앞 전주식당에서 재첩국과 해장국으로 아침을 먹자마자 4명씩 짝을 이뤄 성삼재행 택시를 탔다.
우리는 아들과 함께 지리산 종주를 하러온 일행과 함께 탔는데 내가 택시 앞 좌석에 타고 약 40분 이상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노고단 도로를 타고 구불구불 아슬아슬 새벽길을 달렸다. 처음으로 앞좌석에 타서 성삼재를 올라가는데 마치 오락실에서 자동차경주를 하고 있는듯 스릴감이 느껴지는 순간이였다.
4시50분경 도착한 성삼재에서 부터 코재를 거쳐 노고단까지는 약 1시간이상이 걸려 6시경 노고단 정상길목에 도착했다. 동트기전이라 랜턴을 준비하면서 남편이랑 아주 기분나쁜 신경전을 벌이고 ...
정말 그길로 돌아가는 택시를 타고 서울로 가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묵묵히 홀로 오르는 길에 예전에 읽었던 사막을 건너는 여섯가지 방법을 생각했다.
노고단 정상부에 도착하고 운해를 바라보았을때 내가 이곳에 서 있는 이순간을 감사히 생각했다. 끝없이 펼쳐지는 산의 바다 사이에 금방이라도 천상인들이 날아올것 같은 하얀 운해가 감동이였다.
노고단 정상은 아직까진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오전 10시가 되어서야 예약한 탐방객에만 개방되어지고 있어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였다.
노고단에서 바라본 반야봉의 모습이다. 반야봉은 몇년전 태풍 라마순이 올라오고 있을때 입산금지된 지리산을 새벽에 몰래 심마니 능선을 타고 올랐는데 반야봉 오르기 전 중봉에 펼쳐진 야생화들의 향연이 잊혀지지 않는 곳이였다.
가장 멀리 보이는 삼각형 모양의 저 봉우리가 바로 천왕봉이다. 이제부터 지리산 종주의 첫발이 시작되었다.
맨처음 나를 반겨주는 야생화이다. 원추리 꽃인데 지리산에서본 원추리의 색이 더 밝고 파릇해 보이는것이 사실이다.
노고단에서 90분이나 걸려서 도착한 임걸령의 약수다. 임걸령은 정식 야영장은 아니지만 식수도 풍부하고 공간도 넓어서 임시로 비박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이다. 2005년 8월 13~15일경 지리산 종주때는 오후 4시경에 성삼재에 도착해서 어둑어둑 해질 무렵 이곳에서 비박을 한적이 있었는데 그때 밤하늘의 은하수가 아직도 생생하기만 하다.
노루목, 삼도봉을 가는길이 멀고 멀기만하고 배낭의 무게는 천근처럼 나를 잡아당긴다. 둘이서 정확시 무게를 배분한다고 똑 같이 나눴는데 옆지기가 15kg, 내가 14kg 정도의 배낭무게를 지고 오르막 내리막길을 오르내리는 팔이 저려오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노루목 이정표에 힘을 얻고 삼도봉을 향하는데 얼마나 힘들었으면 옆으로 삼도봉 삼각봉을 만지지도 않고 지나쳤을까? 사진한장도 안찍고서 ... 지나고 나서 생가하니 아쉽다.
2006년 1박2일 지리산 종주때는 삼도봉에서 멋진 포즈로 사진도 찍었었는데 이번이 더 힘든것 같다. 끝없이 아래로 아래로 계단을 밟고 내려가기만 하다가 넓게 펼쳐진 화개재를 보고 옛날 조상들이 이곳에 와서 소금을 팔고 해산물을 파는 장터였다니 대단하기만 하다. 이 높은 곳까지 짐을 지고 올라오게하는 생존의 힘!!! 예나지금이나 먹고 살기는 힘이드는구먼. 첫날 일정은 벽소령산장에서 비박을 하려 했는데 이런 속도로 가다가는 아마 연하천도 오늘안으로 도착하기 힘들것 같았다.
토끼봉을 넘어 가는길에 층층나무 가지 사이에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 모시대가 신기하여 한컷 찍고 기운을 내본다.
힘든길이지만 계속되어 지는 지리산 바위들의 자태가 힘을 넣어주었다.
10시 30분에 화개재를 출발하여 오후 1시 50분이 다 되어서 연하천산장에 도착하여 겨우 점심을 준비했다. 새벽 4시경에 재첩국 한그릇을 먹고 무거운 배낭을 지고 겨우 이제서야 한끼를 라면으로 ...
연하천 산장은 크기도 작고 , 한참 화장실 공사를 진행중이여서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오후 2시의 작열한 태양과 함께 나를 고단하게 하였다. 취사장은 너무 비좁고 음식냄새가 심해서 공사중인 널빤지에 앉아서 쉬려하니 ... 마음이 심란하였다.
처음 계획대로 벽소령 산장을 향하여 다시 행군을 시작하였다.
종주때마다 번번히 속는 이 이정표... 이곳 이정표에는 연하천과 벽소령산장이 1시간 20분이 소요된다고 나와있으나 아마 빈몸으로 달려가야 그시간에 도착할듯 싶다.
2시40분경에 연하천을 출발하여 벽소령을 향하는 길은 역시 인내의 시간이였다. 언제보아도 멋있는 형제봉을 넘어 벽소령에 도착했다.
6시에 겨우 취사장 옆에 비박장소를 정했다. 이 장소를 보는사람마다 다들 부러워한다. 2면이 막혀있어 아늑하고 바닥도 고른편이다. 내집마련은 역시 기쁜일인가 보다. 힘든 하루일정을 마무리하고 이렇게 활짝 웃는걸 보니... 앞에 있는 조그만 방석은 혼자 지리산 산행을 오신 50대 중반의 어르신 것이다. 이분은 연하천에서 벽소령 오는 길에 앞서거니 뒷서거니 이어오다가 내 비박장소가 최고라고 옆에다 찜을 해두셨다. 결국 이분은 저녁을 우리와 같이 드셨고 서로 술교환도 하고 내 된장찌게를 베리굿을 외치면서 맛있게 드셨다. (50세 이상이신분은 산장에서 특별히 예약을 안하시고도 주무실수 있어서 결국 그 옆자리는 또 다른 사람이 차지했지만 )
이날은 피곤을 풀기위해 육안차를 마셨다. 샘플로 얻어온 80년대 육안차인데 다구를 준비할수가 없어서 냄비에 끓여 먹었더니 기분이 좋다. 아침에 우리옆에서 아침을 해 먹는 다른사람한테도 한잔씩 돌리고도 남는다.
아침이 밝았노니... 산위에서 안개들이 하늘을 향하여 승천하고 있었다.
이틀째 일정은 세석-장터목-천왕봉-치밭목산장까지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선비샘이다. 이곳에는 효자아들의 전설이 있는데 ...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부인, 부인"
어젯밤 저녁을 같이하면서 친해진 그분이다. 그분은 나를 부인, 부인 하면서 산행때 마다 반갑게 불러주셨다. 시원한 선비샘 샘물로 아이스 커피를 하잔 타주실려고 기다리고 계셨단다...
기운이 솟는다.
전망좋은 곳에서 아래을 내려다 보니 안개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실망을 했더니 금방 스르르 안개가 걷히고 산의 구불구불한 자태를 보여준다. 정말 아름답다.
모시대와 이끼꽃이 너무 이쁘다. 나도 이속에 꽃으로 남고 싶은 마음가득 ...
세석가는길... 아마 칠선봉 오르는 길인듯 하다. 오르막오르기에 배낭이 버거워 보인다. 국민약골보다 더 가는몸을 지닌 그... 추위를 많이 타는 그를 위해 겨울 침낭을 준비하고 에어메트에 고어침낭카바까지 비박장비를 너무 챙겨서 배낭무게가 너무 많이 나갔다. 다들 지리산 종주에 15kg은 기본이라고 큰소리 쳤더니 그건 70kg이상인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말이라고 종주내내 배낭무게를 버거워했다.
하긴 거의 몸무게의 3분의 1을 지고 가니 버겁기도 하겠지.
인생을 살아갈때도 더 좋은 집을 갖고 더 맛있는 것을 먹느라 버겁게 하지는 않는지, 사람들은 자신의 그릇크기만큼 만족하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반성도 들고...
나도 팔이 저려올만큼 배낭이 무거웠지만 너무나 산이 좋아서 참고 있는데... 잘 모르겠다.
잠시생각하는 동안 저 멀리 훌쩍 올라가버리고 ...
계단틈에 피어있는 산수국이다. 보라색이 꽃이고 흰 꽃잎은 사실 꽃이 아니란다. 벌을 유인하기 위한 위장이라는데 보라색 꽃사이아 하얀 점모양이 수술이고..
눈부신 햇살아래의 며느리 밥풀꽃
드디어 세석산장이다. 지리산 산장중 가장 아름다운 곳에 위치했다. 2년전 종주때는 이곳 세석에서 비박을 했었는데 다시 오니 감격스럽기만하다.
세석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은 라면이라 준비를 하려 하니
"부인, 부인"
반가운 목소리...
햇반하나에 백세카레를 따뜻하게 데워서 우리에게 주신다.
아~~ 고도가 높아서 항상 설익은 듯한 밥을 먹었는데 햇반에 카레...잊을수 없는 맛이다.
난 그분을 지리산종주해설가라 별칭을 지었다.
매해 몇번씩 지리종주를 하셔서 정말 모르는게 없으시는 분이시다.
세석에서 매트리스를 깔고 30여분 졸다가 1시 30경에 장터목을 향하여 출발~~~
촛대봉이다. 세석산장에서 잠을 잔다면 일찍 서둘러 촛대봉에서 일출을 볼수 있지만 이번엔 장터목에서 잠을 자기로 했다. 원래계획은 치밭목산장까지 오늘 가기로 했는데 둘다 발바닥도 너무 아프고 어깨도 저려서 일정을 수정하여 대원사하산이 아닌 백무동 하산을 결정을 했다. 무리하게 진행하기가 부담스러웠다.
힘이들어선지 촛대봉에 올라오지도 않고 멀리 천왕봉만 바라고보 있는 모습이다.
촛대봉에 혼자 올라가 바라보는 천왕봉 모습이다. 노고단에서 부터 계속 바라만 보고 있지~~~
옆에 있던 학생이 나에게 묻는다. " 저 천왕봉 가보셨어요? 저기 보이는 실금으로 천왕봉 올라가나요?"
멀리 보이는 세석산장과, 세석평전 모습이다. 벌써 이만큼 걸어왔구나...
줌으로 땡겨본 세석산장의 모습이다.
까치고들빼기의 모습이다. 지리산에서 처음보았다. 처음 본 순간 떠오르는 단어는
" 청산녹수" 쌉싸라하고 달짝한 그맛, 소엽고정차가 생각나다니 나두 중국차 마니아 맞는거 같다.
청산녹수는 눈으로 마시고 맛으로 마시고 몸으로 마신다더니 이보다 더 푸르른이 청산녹수가 맞다.
쉬는 동안 내발을 찍었다. 벌써 7년이 넘게 신어온 등산화다. 밑창도 한번 갈고,,, 다른 새등산화도 있지만 종주에는 이 녀석이 최고다. 평생을 같이할 등산화로 내가 아끼는 신발이다.
파란하늘과 암색의 바위, 흰구름, 푸르른 나무
환상이닷~~
사진작가가 된 기분이다.
마지막 연하봉만 오르면 장터목이다 힘을 내자 으랏차차~~~
나만 남겨두고 저멀리 그가 사라졌다.
의리 없이...
아래를 보니 나를 묵묵히 따르는 친구가 있었다. 그를 한컷 찍었다.
장터목산장이다.
유일하게 지리산에서 산장안에서 하룻밤 묵은 곳이다.
지리산 산장은 15일전 예약이 시작인데 주말이나 휴가시즌에는 너무 잡기가 어려워서 시도도 하지 않는다. 그냥 비박장비 챙기고 만다.
2006년 칠선계곡에서 천왕봉으로 오른적이 있었다. 그때는 금지구역이여서 길도 없었고 비가 하루종일 내려서 이끼가 가득한 계곡길은 너무 미끄러웠다. 내 평생 가장 힘들었던 산행이였다. 저녁 8시가 다되어서 초죽음이 되어 천왕봉에 도착했고 랜턴을 키고 제석봉을 넘어 장터목을 향해 울면서 걸었었다. 마음은 급하고 몸은 힘들고 다리는 천근이고, 그때도 비박장비 다 챙겨서 15kg넘는 배낭을 메고...
그때가 인제 내린천 물난리가 나던 때라 전국이 태풍이 휩쓸고 간때였다.
장터목은 그때 지리산 통제라 텅 비어 있었고 우리 일행만이 있었다. 9시넘어 도착한 우리를 재워주었던 은혜의 산장..... 겨우 2년전인데 아주 아득하기만하다
오늘 비박할 준비 완료
산행이 고단했던지 그냥 누워버린다.
밤새 한숨도 못잤다.
왜냐구?
폭풍의 언덕이였다.
밤새 히드클리프가 나를 부르는 것인지 캐서린을 부르는 것인지...
이제 이해했다. 왜 그언덕에서 그런일이 일어날수밖에 없는지
나라도 그런 폭풍의 언덕위에서 생활했다면 아마도 그럴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제정신이 없을만큼 잠을 이룰수 없었다.
임시로 침낭위로 타프를 둘렀는데 얼마나 요란한 소리를 내는지
님은 따스한 겨울 거위털 침낭에서 더워힘들때 , 난 한여름 폴리 침낭에서 얼마나 떨었는지 아마 나만이 알것이다.
그래도 가끔 타프를 걷어서 별빛을 바라보았다.
별들이 살아 움직인다. 깜박깜박....
별똥별에 소원도 빌었다.
"부인, 부인"
잠들기전 나를 부르는 소리
지리산종주해설가님이시다.
멋진 사진을 찍어주셨다.
우리부부 인물이 안됐는지 뒷모습을 멋있게 찍어주셨다.
이번 산행에서 얻은 가장 멋진 사진이다.
노을이 아름답다. 이 노을을 보고 싶어서 산장 맨 가장자리 바람맞이골에서 우리가 자리를 잡았다
천왕봉 일출을 볼려면 새벽 3시30분에서 출발을 해야하는데, 밤새 잠도 못자고, 새벽에 하늘을 보니 잔뜩 흐려 있어서 그냥 포기하고 잠을 계속 잤다. 6시가 넘어서야 겨우 일어났다
몸이 굳어서 펴지질 않는다. 겨우겨우 누룽지로 아침밥을 먹고 천왕봉길에 오른다.
탐스런 꽃 ~~ 한입에 쏘옥
제석봉의 바람에 모자를 챙기는 모습
제석봉은 한해 한해 나무들이 부서지고 있다. 이제는 몇 그루 안보인다.
산성비가 원인이라는데 이미 죽은 나무지만 서있는 모습은 당당해 보이고 스러진 나무들이 더더욱 안타까워 보인다.
손오공이 도술을 부리는지 구름이 흩어졌다. 앉았다, 사라졌다. ~~
드디어 천왕봉이다.
바람에 정신이 없다.
밤새 바람소리에 천왕봉 바람소리까지... 지금 이순간 바람이 밉다.
백무동으로 하산하는 길에 하동 바위 아래에 계곡이 시작되었다.
퉁퉁붇고 빨갛게 달아오른 내발아~~~
고생이 많았다.
바닥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니 온통 푸르른 나무들이다.
언제 또 볼수 있을지, 지리산의 이 푸르름을,,, 힘들었지만 헤어짐이 벌써부터 아쉽다.
드디어 백무동 야영장에 도착...
대나무 숲이 아름답다고 한컷 찍어 준다더니 사진들마다 온통 흔들렸다.
사진기 잡을 기운도 없었나 보다.
8월 2일 오후 4:00 서울행 버스에 올라탔다.
처음으로 부부가 함께한 지리산 종주
절반의 실패라고 말하고 싶기도 하고, 완전한 성공이라고 말하고 싶기도 하다.
산에 관한한 고생을 사서한다는 나와, 기왕이면 산장도 예약하고 짐도 줄이고... 등등인 그
산행동안 5번정도의 삐짐이 있었지만 금방금방 풀리고 또 웃고, 짜증내고, 웃고,
성격의 파악도 더 분명해진것 같다.
부부가 함께 산다는것,
지리산 종주에서도 많은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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