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바늘로
떨어지는 낙엽송 한그루
낙엽을 볼때마다
석과불식’(碩果不食)이 함께
함께 떠오른다.
씨 과실을 먹지 않고 남기는 마음이
아름다운 희망이 아닐까?
잎사귀가 떨어진다.
훌훌 털어버리고 나목이 된다.
낙엽은 뿌리를 덮어주고
거름이 되어준다.
산행 하는 동안 내내
머리속을 맴돌던 생각들을
6년전 노트를 다시 꺼내들어
다시 읽어보니
여전히 머리와 가슴 사이를 맴돌고 있는
딱한 이가 보인다.
오랜만에 보는 옥빛으로
넘실대는 백담사 계곡이다.
열매가 풍요로웠던 이 가을
단풍은 생각했던 것 보다 덜 곱다.
점점 한올의 숨김도 없이
가지와 줄기를 보여주는
나무가 아름답게 보인다.
나무 구명 옹이가
특이한 모습이다.
옹이가 큰 나무는 재목이 되지 못해서
오래오래 살수가 있다고도 하니
옹이가 나무에게 나쁜것만은 아닐듯 하기도 하다.
커다란 구멍과 함께
높이 높이 자라고 있다.
만경대를 향해 올라간다.
오를때는 위만 보고
한발 한발 딛다보면
경사 각도에 덜 민감해진다.
만경대에서 멀리 오세암이 보인다.
예전 오세암은 푸른색 기와가 멀리서도 반짝였는데
새로된 기와는 누런빛이 나고
암자의 다른 건물도 검은색 기와인지라
낯설음이 느껴진다.
흐릿하지만 멀리서 흰 이빨을 들어내는 듯한
뾰족한 봉우리 용아장성이다.
산의 정상부에 오를수록
짜릿한 풍광들이 펼쳐진다.
기를 쓰고 올라올라 가는 이유중의 하나다.
만경대는
"설악산의 절경 만개를 볼 수 있는 곳이다."라는 뜻도 있고
외설악의 꽃으로도 불리운다.
사방을 돌아가며 펼쳐지는 절경은
힘들게 올라온 만경대의
멋진 선물이다.
굽이 굽이 넘실대는
광대한 봉우리들을 바라보면
내려가고 싶지 않다.
아름다운 만경대 절경을 뒤로 하고
내려오는 길에 다들 한마디씩 한다.
" 나 죽을뻔 했어요!!! "
설정대사와 5세 동자,
관세음보살의 전설이 있다.
도마뱀 다리 하나가 안보인다.
배 밑에 숨어있을까?
고목이 쓰러지고
그 위에 다른 생명이 싹을 틔운다.
영시암은 국수공양도 있고
커피와 차 공양도 있다.
뜨거운 커피 한잔에
따스한 인심도 함께 한다.
백석이 아름다운 백담사 경내 계곡에는
동글동글 돌을 쌓아 올린
작은 돌탑들이 많다.
누군가의 기원이 함께 하고 있겠지
단풍시즌의 오세암 산행은
기다림의 시간이기도 하다.
멀리서 다리위의 사람을 보고
무슨 구경거리가 있을까?
호기심에 성큼 다가서니
백담사행 버스 줄이
끝을 모르고 이어져 있다.
여느 절의 사천왕 보다 더
무서운 표정이다.
내설악의 백담사와 오세암을 오고가며 지냈던
만해의 발길을 따라가 본다.
외설악인 신흥사에서 함께한
서여연화로 인해 흔들리는 마음때문에
연화를 피해 거처를 백담사로 옮겨야 했던 만해
그리고 그 만해를 따라
고무신을 신고서 그 험한 산중을 넘어 섰던 여인 연화의
사랑이 떠오른다.
님의 침묵의 님이 누구냐?
학창시절엔 당연히 조국이라고 배웠지만
이제는 그 님이 연화아씨임을 안다.
"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되어 그칠 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알수 없어요 시에 등장하는 구절)
만해 기념관을 둘러보고
백담사 경내를 돌아보았다.
백담사는 시내 한복판의 절처럼
경내에 빼곡히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매점, 템플스테이 건물 등등...
전두환의 흔적까지 남아
관광코스가 되고 있다니
당분간 백담사에 오고 싶지 않다.
만해가 머물렀던 그 첩첩산중의 절이아닌
번잡한 관광지로 전락하고 만것 같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