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좌표/오늘 느낌은?

꽃 보다 지각

소연(素淵) 2014. 3. 28. 10:31

 

 

발빠른 아침 출근길

어디선가

진한 향기가 몰려온다.

 

매화 향기다.

홍매화 꽃이 다 피어나고 있다.

 

작은 키를 늘려가며

점프도 해가며

코를 더 가까이 킁킁 거리기도 한다.

 

손을 높이 올려

꽃 한 송이를 따서

다시 향기를 맡아본다.

 

 " 어서 가야지 "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라일락 꽃들은

작은 꽃망울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고

 

벚꽃은

하나 둘 셋  출발~~~

소리만 기다리고 있다.

 

 

개나리는 겨우내 무자비하게

가지가 잘린채

네모 반듯한 울타리가 되어

슬픈 꽃을 피우고 있다.

 

 

 

어릴적 동네에서 보았던

산 기슭에서 보았던

개나리는

수양버들 가지 처럼

쭉쭉 가지를 뻗어

낭창 낭창 이쁜 꽃들을

매달고 있었다.

 

 

잘려진 마디에서

일탈을 꿈꾸는 개나리가 보인다.

이렇게

그냥 순 나오는 데로

나오고 싶겠지?

 

 

 

 

이미 놓쳐버린

버스를

한참이나 한참이나 기다리는 동안

눈을 돌려 사방을 둘려보니

 

커다란 낙엽송도, 플라타나스도

그리고 길가의 이 나무도

다들 규격품 처럼

딱딱  잘려나가고 있다.

 

고양이도

개도

닭도

소도

그리고 인간도

 

모든 만물이

 

다들 누군가의 수단이 되기위해

이렇게

사지가 잘려나간다.

 

" 싫어 !! 싫어 !!"

도리질을 해본다.

 

매화꽃 향기에

홀려

홀려

지각을 하고 말았다.

 

오랜만에

홀려본다.

 

어릴적

무심코 지나쳐

등교길을 돌아서 뛰어가던 것처럼

참 오랜만에

헐레벌떡

사무실에 들어가본다.

 

" 아~~ 꽃 보다 지각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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