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좌표/오늘 느낌은?

꽃 도둑

소연(素淵) 2014. 3. 27. 10:20

 

아침 6시 30분 경

평소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핸드백 대신

꽃바구니를 들고서

상쾌한 걸음을 걷고 있었다.

 

앞 단지 상가 앞을 지나며

꽃집을 보니

꽃들이 밖에서 오밀조밀 모여있었다.

 

그저께 봤던

노란 베고니아가 아직 안팔리고

그대로 있구나!

 

경비아저씨가 상가 건물을 옆으로 돌아갈때

나타났다.

 

유심히 쳐다보는 눈길에

" 음 꽃이 예쁘긴 예쁜가 보다

눈을 뗄줄 모르시네 "

 

미소를 머금은체

아저씨를 지나치고 있었다.

 

" 저기요 그 꽃 어디서 갖고 가요?"

 

" 집에서요 "

무심한 대답에 아저씨 갑자기 목소리가 커진다.

 

" 이봐요!!! 꽃집 문도 안열었는데 그걸 어디서 샀어요?

이시간에 꽃집이 문 열어요?!!! "

 

" 며칠전에 사놨어요 "

이틀전 꽃집앞을 지날때

마음에 들어 산 꽃이다.

 

이 말을 하고 나니

기분이 좀 이상해진다.

아저씨가  확신범으로 여겼나보다

 

더 이상 붙잡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대꾸할 일도 아닌것 같아

그냥 걸어간다.

걸어가면서 계속

헛 웃음이 나온다.

 

" ㅋㅋ 세수라도 하고 출근할걸...

늦게 가면 만원버스라 꽃이 상할까봐 일찍 나오느라 ..."

 

버스안에서 꽃 바구니를 무릎에 놓고 앉아 있다가

꽃 도둑으로 한순간 몰렸다고 생각하니

 

" 인상이? 것도 첫인상이? 도둑? "

 

" 억울한걸?

꽃집앞에 내 놓은 꽃들은 나무나 모종, 그리고

꾸미지 않는 화분의 작은 꽃들이였는데,

이런 포장까지 한 꽃 바구니를 누가 밖에 두겠어? "

 

 

 

이른 아침 꽃 도둑 누명을 쓰고 가져온

꽃 바구니를

사무실 찻 상 옆에 놓아둔다.

 

으찻차차... 기운을 내고

사무실 바닥 밀걸레질을

한바탕 했더니

땀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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