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좌표/오늘 느낌은?

소연(素淵) 2014. 3. 11. 16:48

지난 수요일 퇴근길

바람이 쌩쌩 불어온다.

스산한 싸늘한 기운이

온 몸을 스윽 지나간다.

 

목요일 아침

침을 삼킬때 목젖이

따끔거린다.

편도가 붓기 시작하더니

기침을 할때

피 냄새가 느껴진다.

약을

먹을까? 말까?

말자!

생강차와, 도라지, 무엿으로

한번 이겨보자.

 

금요일 아침

목소리가 이상하다.

처음엔 허스키하다가

점차 켕켕 거리다

쇳소리로 변화하고 있다.

 

몸이 점차 굳어지고

오랜만에

절절하게 근육통이 시작된다.

관절과 관절 사이를

메스로 자꾸 후비는것 같은

이 섬뜻한 느낌

식은 땀이 주루룩 흐른다.

약을 처방받을까?

주말에 푹 쉬면 나을까?

그냥 버티자!

 

토요일 아침

하필 근무다.

일을 하는지

끙끙끙 곡을 하는지

앓는 소리가 계속 된다.

차라리 혼자인게 다행일 정도로

온몸이 달달달

마구 마구 아파온다.

탁센 진통제를 먹어본다.

효과가 없다.

 

 

오후 1시가 되어 퇴근을 해야 하는데

움직일 수가 없다.

119 구급차를 불러야 하나?

택시를 타야하나?

몸이 지그재그로 떨리기 시작한다.

 

집에 구조를 요청하고

기다리는데도

몸이 너무 아프다.

집에 도착 후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 쓴다

땀이 줄줄줄

온몸이 덜덜덜

 

아무것도 먹고 싶지도 않고

움직이기도 어렵다.

 

목소리가 완전히

쇳소리만 나온다.

 

거실에서 두런두런

 

엄마 왜 저래?

많이 아픈가 본데?

죽 사줘?

밥 차려줘?

 

다예 목소리

버섯 어디 있지?

당근이 있으면 좋은데?

 

피자 해먹을려구 그러나?

 

가만 들어보니

야채죽 이야기도 나오는것 같다

 

참기름 냄새가 난다.

흐...

하긴 배도 고픈다

아침부터 먹은게 없었다.

죽을 쑤는구나

죽...

아 먹고 싶다.

 

다예가 들어온다

엄마

이거라도 먹어봐

침대 트레이에

대접을 놓는다.

 

에고

죽인줄 알았는데?

 

밥을 참기름에 볶다가

소금간 하고

깨를 조금 넣었다.

물을 부어서

조금은 부드럽다.

 

음...

생각보다 맛있다.

 

다예야

김치 좀 갖다줘

볶음 김치?

아무거나

 

한 그릇 먹고 나니

조금은

기분도 몸도 나아진다.

 

이렇게 아파본 기억이

기억이 나는건

아득한 28년전 여름이다.

 

대학 1학년데 알바를 하고 싶어

일주일 양초공장에서 색칠하고

광내고 그림 수정하는 일을 했는데

그 약품 때문인지

혹독한 여름 감기 때문이였는지

꼬박 나흘을

솜이불을 뒤집어 쓰고도

달달달 떨면서

지낸 기억이 난다.

 

그리고 아픔을 최고로 호소한것은

두 아이를 출산할때 였었다.

 

그런데

정말 출산할때 보다

감기가 더 아플줄은 몰랐다.

 

이렇게 3일만 더 아프면

차라리 죽고 싶은 맘이 들 정도였다.

 

몸의 고통

감기에 넋을 잃을 만큼

힘들어 하다니

 

이제까지

정신력 운운한것은

얼마나 또 허전한 일인가?

이 와중에도

고문당하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이런 생각도 해본다.

 

얼마나 무리 없이 잘(편하게)살아왔나?

이런생각이 든다.

 

어릴때 감기 쯤은

이불 두껍게 뒤집어 쓴채

몇시간 뻘뻘 땀을 흘리고

길어야 2~3일

끙끙 거리고 나면

노~~ 란 하늘이 가물가물 그려지고

뭉게 구름 올라탄 기분이 들었었다.

 

지난 목요일 아침

약을 먹어야 했는데

무슨 허영이였는지

약 없이 한번

감기를 물리치고 싶은 욕심이 들었었다.

 

감기 정도는

몸의 면역력으로

견뎌낼수 있어야 하는데

 

의료보험제도 덕분인가?

의사들의 친절한 처방덕분인가?

몸의 엄살 덕분인가?

몸은 약이 없으면 너무 아프다.?

 

다시금

이건 엄살인가?

엄살인가?

너무 아프다. 아프다.

 

결국 토요일 밤부터

급하게 타이레놀 2알씩

먹으며 고통분담을 시작했다.

 

월요일 아침

의사앞에서

머리도 아파요

목도 아파요

온몸이 다 아파요

콧물도 나와요

속도 안좋아요

다섯 알약을 한움큼씩 먹었다.

 

약기운 떨어질때 쯤이면

지난 주말의 고통이

다시 찾아올까 두렵다.

 

매 시간마다

반항 없이 알약을 삼키고 있다.

 

이젠

감기도

절대 맨 몸으로 버틸수 없을까?

아니면

이번 감기가

더 특별한 놈이였을까?

 

목소리는 다시 돌아올수 있을까?

전화를 받으면 다들

헉~~

누구 세요?

 

입을 다물면

편안해 보이는데

말을 시작하면

불쌍해 보이는지

통화하는 사람들이

보양식을 사준다고 한다.

감기 앵벌이처럼

차곡차곡

식사 약속이 쌓여간다.

 

약기운인지

아니면 정말 나아가고 있는건지

하긴

지난 토요일은 약을 먹어도

너무나 아팠다.

지금은 약 효과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독감이라 이번 감기만 그런걸까?

다음에도 감기 걸리면?

어쩌지?

약 안먹고 버티다

또 이렇게  심하게 아프면 어쩌지?

 

몸이여!

너무나 비루하다.

마음까지

비루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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