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온 편지
" 코끝 찡하게 하는 모든 분들, '오연호와의 가을데이트' 모십니다. "
이 메일을 읽는 순간
오연호 대표기자를 만날때 마다
기자 수업을 들을때나, 저자와의 대담 인터뷰 하시던때,
그리고 언젠가는 깁스한 다리로
이곳 저곳을 불야로 다니시는 모습에
제 코끝이 찡했던 순간들이 생각났답니다.
깡마른 까만 얼굴에
눈빛을 반짝이며
자정을 넘어서 새벽까지 강의때마다
열강하시던 그 모습이 떠올랐지요.
월 1만원으로 십만인 클럽 회원이 되면서
오마이스쿨의 다양한 특강을 통해서
저는 100만원, 1000만원 과 비교할수도 없이 더 귀한
절대 돈으로 살수 없는 많은 감동과
카타르시스 속에 빠져 들었답니다
이 대추차로 말할것 같으면 (약장수버전)
통통한 경산대추를 압력솥에서 1시간 동안 펄펄 끓여서
으깨서 고운 채로 걸러서 잣과 마른대추로 장식을 했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무건운 보온병과
걸을때 마다 가방에서 달그닥 소리를 내서 힘들지라도
이 투박한 잔에다 드리고 싶었답니다.
지천명에 가까워지는 몸나이에
오 기자님의 소녀팬의 마음 나이로 만나고 싶은 마음이 전해지셨나요?
" 선생님의 일 할때의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 그것은 시골의 힘, 지리산 산골에서 가난했지만 이웃을 챙기는 행복한 시절을 보냈는데
그 시절 이웃과 함께한 공동체의 힘에 의해 낙관적 힘이 셋팅 된것 같아요 "
" 그리고 역사는 느릴지라도 점점 발전적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
" 환란, 성경에서도 말하듯이 환란을 즐기는 마음으로 어려울때 일을 하지요"
" 성경을 인용하시니 생각났는데, 종교가 기독교 이신데 모태신앙이신가요?"
" 아니오 95년 미국에서 공부할때 부터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 그러시면 특별히 기독교도 이시면 신을 믿고, 그렇다면 신이 창조주라고 믿어야 하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요? "
" 인간은 완전하지 않고 부족한 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부분을 신이 채워주신다고 봐요.
언제나 선택할때도 선하냐? 하면 그게 어렵거든요, 그래서 신에게 의지하는 거죠"
" 의무적으로 주일날은 앞서지 않고 뒤에서 수동적으로 하루를 사는 것이 참 좋아요 "
" 그것은 언제나 리더로서 지시해야 하고, 능동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부담감을 덜으시는 것과 같네요?
일종의 안심주머니 같은건가요?"
" 종교이야기는 정말 단시간에 말할수 있는 주제는 아닌 것 같아요, 선생님이 근본주의도 아니시고 "
" 세상을 살아갈때 분노를 넘어서는 좌절감을 헤어날수 있나요? 전 잘 안돼는것 같아요"
" 그것은 뿌린만큼 거둔다는 생각을 해요, 국정원 사태등도 우리가 더 더욱 철저하게 대비해야 했는데 "
" 음, 저는요, 최선을 다해서 뭘 하는게 너무 싫어요, 어렵기도 하구요 "
" 최선을 다하고도 실패했던 경험이 많아서인지, 게을러서 인지? "
" 기사글은 좀 썼어요?"
" 아니요, 얼마전 이정희에 대한 글을 쓰다가 3일 동안 붙들고 있다고 결국 놓았어요"
" 같은 동년대의 여자VS여자, 정혜신의 남자V남자의 글 구도로 써볼 생각이였거든요 "
" 그냥 너무 어려운 주제 말고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아니면 여행기, 산 좋아하면 산 이야기 이런걸 먼저 써봐요"
제가 오연호 대표기자를 만나는 시간이
19시 부터 20시 인데
그 시간에 저녁을 함께 먹으니 30분이 훌쩍 지나고
정작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겨우 25분이 채 안됐답니다.
밥보다 선생님과의 대화가 더 고팠는데요
짧은 데이트 시간은 이렇게 끝나고 말았네요
제 뒤를 이어 데이트할 분과 셋이서
나쁜남자 모드로 사진을 찍었답니다.
그 감사의 마음을
이 기회에 전하고 싶었답니다.
큰 감사하는 마음과는 다르게 너무 소박한 대추차를
한잔이라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데이트 전에는 궁금한것도 많았고
이야기 할것도 많았는데, 이제는 없어졌어요.
돌아오는 길에 곰곰히 생각해봐도
우리(?)는 참 다른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화 내용 중
신에 의지하여 조금은 수동적 시간을 갖고자 하는 리더 오연호와
언제나 상명하복의 굴레에서 조금이라도 능동적 삶을 살고자 주인이 되고 싶어하는 나
역사는 나은 점점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방향으로 발전한다는 시각도
저랑은 참 다른것 같아요
지구역사를 보면 결코 그런 생각이 안들어오
뱅글 뱅글 돌면서 점점 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고만 있는것 같아요
역사는 점점 더 큰 수렁으로 조금씩, 지금은 자본주의에 빠져서
멸망으로 뒷걸음질 치는 것 같거는요
뿌린대로 거둔다는 인과법도
더이상 저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는 부분이랍니다
그런데 신기하죠?
이렇게 생각이 다른점이 많은데
" 사람사는 세상" 을 꿈꾸는 마음은 같다고 느껴집니다.
가을날에 멋진 데이트 신청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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