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좌표/오늘 느낌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사줘

소연(素淵) 2013. 9. 13. 10:57

 

책하고는 높은 담을 쌓고 지내는

둘째 딸에게

문자가 날아왔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사주라고?

 

 곁에 있는 직원과 함께

엘리자베스 테일러, 클라크 케이블 이야기를 하면서

중2때 읽었던 책이 떠올랐다.

 

집에 책이 있던가?

 

마침

집 책목록은 거의 파악하고 있는 큰 딸에 카톡이 왔다.

 

" 야 우리집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있니? "

" 디비디?"

"몰라 그거 비디오?"

"책"

"아아 책 없지"

"다예가 사달라고 한다"

"너 학교에서 빌려와라"

" 잉 나 지금 학교아냐"

"낼 도서관 가볼께"

 

알라딘에 책을 주문하고 있었던 나는

왠지 그 책을 사주 싶은 마음이 안들어

큰애한테 빌려오라고 부탁했다.

 

중3 다똥이는 영화 숨바꼭질을 보고

매일 안방에서 자고 있다.

 

둘이서 소곤소곤 수다를 떠는데

나는 음, 그래, 하고 추임새를 넣고

다예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재잘재잘 거린다.

 

" 다예야 그런데 너 왜 갑자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읽고 싶었어?"

" 어. 난 먹고 싶었는데"

" 잉"

" 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책 사달라고 했잖아"

" 뭐! 그거 책 아니고 베라이름이야"

" 베라는 또 무슨??"

" 베스킨 라빈스 아이스크림 중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제일 맛있어"

"내일은 꼭 사줘"

 

에고, 책 값만 날린뻔 했네

 

정말 세대차 느낀다.

 

남편한테 출근길에 이야길 해줬더니

그게 책이름이지 무슨... 하고 웃는다.

 

그러면서 큰딸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큰 딸의 통화내용이 들려오는데

갑자기

" 양구에서 만나자"

라고 하더란다.

속으로 양구? 강원도 양구를, 허락도 안받고 갈려구?

큰 딸에 점잖게 타이르는데

 

" 아빠 양구? 양구는 양천구청역이야"

 

둘이서 한참을 웃었다.

 

고도 하면 고도를 기다리며가 떠오르는데

고척도서관이고

고터 하면 역사 유적지가 아니고

고속터미널이란다.

 

 

 

 

이건 또 무슨 뜻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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