쌰아~~ 쌰아~~
내리치는 빗줄기를 맞으며
출근길을 나선다.
4차선 교차로 횡단보도에 도착하니 신호등은 빨간불이다.
반대편 인도에 세명의 청년들이 나란히 서있는 모습이 보인다.
세사람이나 기다리니 곧 초록불로 켜지리라.
짠~~
초록불로 신호등이 변한다.
횡단보도를 건넌다.
1/3 지점을 걷고 있을때
전혀 미동도 하지 않는 반대편 인도의 세 청년들이 눈에 들어온다.
나도 모르게 신호등을 다시 확인한다.
분명히 초록불이다.
시간을 알리는 막대그래프도 깜박이고 있다.
다시 청년들을 보니 세명은 여전하다.
갑자기 신호등 색깔에 대한 자신감이 확 떨어진다.
난 잘 보고 있는걸까?
내 눈에만 초록불일까?
순간 옆에는
신호를 무시하고 노란 중형 버스가 커브를 돌아
반대편 인도쪽으로 운행을 한다.
횡단보도 1/2 지점이다.
순간 나도 모르게 멈칫 하고 만다.
세 청년들도 모자라
차까지 가는걸 보니
내가 신호등을 잘 보고 걷는걸까?
몇초간의 짧은 순간이 지나고 의문은 풀린다.
세 청년은 그 노란 중형버스를 기다리는 중이였고
그 노란 중형버스는 신호를 무시하고
재빨리 청년들을 태우러 가는 길이였다.
타자와 동일한 행동을 할때 안심을 하는 것이다.
색맹도 아닌 내게 초록 신호등은 분명히 켜져 있었지만
세명의 타자가 멈추었을때 난 자신감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노란 차의 개입이 있었을때 자리에서 일순간 멈추기까지 했다.
다른이들과 동일하게 행동하고 싶은
심리의 기전은 어디서 오는걸까?
통이 넓은 바지 보다 쫄바지를 좋아한다.
하지만 통이 넓은 바지를 모두 입으면
어울리지 않는 통바지를 사게 된다.
차이 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신호등을 건너는 짧은 순간
내가 나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새삼 느꼈다.
隨處作主 立處皆眞
을 떠올린다면
너무 오버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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