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가평지역 강수량이 80mm였던 지난 밤,
짧은 우중 산행을 마치고 잠자리를 마련한다.
비가 오는 날은 잠자리와 별개로
공용 후라이를 치고 그 아래서 음악도 듣고 차도 마신다.
오늘은 낭만적인 소나무 기둥아래서...
10시가 넘은 늦은 밤 가장 나중까지 혼자서 정태춘의 촛불을 들으면서 분위기를 한껏 잡았다.
마음은 긴 밤 지새울것 같았는데, 허리가 자꾸 눕기를 주인께 간청한다.
못이기는 척 침낭속으로 쏘옥 들어가 빗소리와 함께 눈을 감는다.
지난 밤 나에겐 무슨일이 일어난걸까?
그녀는 내게 무슨짓을 한걸까?
쿠르르 쾅쾅~~~ 다다다다...따당... 번쩍이는 섬광...
순간 전쟁인가? 비행기 폭격인가?
비몽사몽 정신을 깨운다.
천안함 사건 후 전쟁이란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너무 자주 들어서 일것이다.
아!!! 천둥번개닷... 두려움 보다는 호기심에
순간 하늘을 가르는 불 빛을 보고 싶은 욕심에 스르륵 비비색을 열어 본다.
자니? 일어났니?
옆자리 노샘이 나를 부른다...
너무너무 무서워 하는 노샘을 보고 위로을 해야할지, 동조를 해야할지, 무시를 해야할지...
무서워 혈압도 올라가고 가슴도 두근거리고 머리도 아프고...
한기가 올라온다는 말에 당황한다.
화장실도 못가서 벌벌... 지난밤 그녀의 모습을 나는 알고 있다. ㅎㅎ
나역시 이렇게 심하게 치는 천둥번개는 처음이다.
몇 초 간격으로 번쩍, 쿵쾅...영화에서나 들음직한 기관단총 소리에 지축도 울려 몸을 흔든다.
처음은 웃어 넘겼던 내게는 영화와 같았던 그 천둥번개가
노샘과 함께 공포스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안심하라고 전하는 말을 하면서도 마음이 어느덧
점점 드 넓은 벌판에 단 하나의 표적이 되어
옴짝달싹도 못하는 나약한 피조물인 나로 변하고 만다. 나까지 후덜덜...
마음속에 오가던 그 많은 생각들은...
또 다른 나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까?
그래도 내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은 나를 웃게 만든다.
비록 벼락을 맞을지라도
그냥 죽는지도 모르고 죽을 것이고
또한 좋아하는 산행 중 떠났으니 괜찮다고,
가장 나중에 한말은
" 피할 수 없으면 이 순간을 즐겨라"
다시 마음이 편안해진다.
두 세 시간에 걸친 천둥번개는 어느 덧 지저귀는 새소리로 변하고
새로운 아침을 맞이한다.
아홉시가 넘어서도 비는 주룩주룩 그치칠 않고
비에 젖은 배낭 정리를 걱정을 하면서도
너무 맛있는 주부표 시금치 된장국에 또 행복에 빠진다.
" 해야 해야 나오너라~~~ 빤짝~~"
지금 주문을 외고 있다.
비온 뒤 햇살 만큼 사람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게 있을까?
마음이 포근 포근...
다시 따뜻한 보이차 한잔을 마신다.
산속에서 끓여 먹는 93후기황인...
순간 행복 지수 만점을 돌파한다.
이제 곧 철거 해야 할 우리들의 보금자리...
부드러운 햇살에 조금씩 빗물을 털어내고 있다.
이 산속에서 질릴 만큼 오래 있고 싶다.
떠나는 발걸음은 너무너무 아쉽다.
처음으로 비박산행을 해본 노샘...
신고식을 너무 힘들게 치루진 않았는지
밤새 천둥번개에 지은 죄를 회개하면서 보냈던 긴 밤 후에도
밝은 모습이 참 좋다.
이 무거운 배낭을 메고 왔다고 인증샷을 요구한다.
그 배낭은 뽕 배낭 아닌가요?
산길을 내려 올때 따가운 줄기로 발목을 잡아보는 산딸기...
아직은 덜 익은 산딸기... 그중 몇개을 시큼하게 맛본다.
이 세송이는 다 우리들 입으로..
밀림지역을 지나...
눈앞에 갑자기 펼쳐진 파란 하늘과 뭉게 구름
푸르른 나무들의 여백이 마음을 사로 잡는다.
다음은 어디로 갈까?
발걸음도 가볍게 앞으로 간다.
이 사진 정말 맘에 든다
이 미소 속에 지난 밤 우리들의 여정이 다 녹아 있다.
잘 있어 또 올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