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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책방/冊冊冊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by 소연(素淵) 2012. 4. 30.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100년 전 소세키가 바라본 인간사와

100년 후 지금 내가 바라보는 인간사는 너무나 똑 같다.


메이지 유신으로 변화의 벼랑에 서있는 100년전 일본이나

자본주의의 한 복판에 서있는 지금이나


어쩌면 사람 사는 세상은 한치의 오차도 없는 지

오히려 지금은 사람의 정신세계는 더 퇴보한것 같다.


책을 읽는 도중 내내 감탄사와 공감의 추임새를 계속 넣게 된다.


나쓰메 소세키의 유년시절은 비극적이기만 하다.

팔남매의 막내아들로 비교적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지만

오십이 넘어가는 부모는 그의 탄생을 수치스럽게 생각한다.


그는 아홉 살이 되기도 전 두 번의 파양을 거쳐서 나쓰메가로 복적을 하게 되니

그의 어린시절의 곤란이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에  지대한 영향을 가져왔다.


정신의학자 정혜신 박사의 글을 읽던 중에

상담자의 출생이 부모의 원함(축복)이였느냐 원하지 않는(배제)상태였는가가 맨 먼저 기록되어 진다는 구절이 있다.


하지만 축복받지 못해서 가질수 있었던 다른 평범한 이들보다 몇 배의 자아에 대한 깊은 생각은 그의 생각에 찬란한 빛을 발하지 않았을까?


몇 번을 되풀이해서 읽어도 날카로운 작가의 시선과 위트에서는 책을 손에 놓을 수 없다.


‘ 고집만 부리면 이긴 것 같은 기분인데 본인의 됨됨이 시세는 훨씬 하락 해 버린다.

이상한 일은 고집쟁이인 본인은 죽도록 자신의 면목을 세웠다고 하고

그 후로 남이 자신을 경멸하고 상대해주지 않는 다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다.

어쩌면 본인은 행복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행복을 “ 돼지 같은 행복” 이라고 부른다’


이 대목을 읽으며 생각해본다.


가끔은 돼지 같은 행복에 빠진다.

그 순간은 절대 이 행복감이 “돼지 같다” 라고 생각은 안하겠지

내 기억력이나 판단에 점점 자신감이 없어진다. 그래서 고집스런 태도를 유지하지는 못한다

대신 마음은 평안하나 판단에 물음표도 없어지고 생각은 자꾸 짧아져 간다.

생각을 줄이고 줄이고 줄이니 생각 없는 인간이 되고 마는가?


봄 꽃이 화려해서 점점 내 마음은 초라해지는 걸까?

 

다른이들에게 마구 마구 권하고 싶은 책이 또 한 권이 생겼다.

읽는 동안 내내 즐거우면서도 인간의 얄팍함과 흔들림을 꾸밈없이 지적하는 글에

계속 사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되었다.

시대를 넘어선 위대한 작가 나쓰메 소세키를 생각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그는 1916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세상이(일본) 미쳐나가기 전에 떠나서 궁금해진다.

만약 그가 그 이후 1945년 까지 살았다면 그는 어떤 글을 남겼을까?


 사람의 마음을 읽고 돈의 악함을 알고 있는 그는

그 시대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또 세상에 어떤 식으로 참견을 했을까?


고양이의 탄생도 죽음도 다 지나가고 나니 꿈을 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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