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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차인의 사귐-담차지교

by 소연(素淵) 2012. 7. 9.
 

차인의 사귐-담차지교


이 글은 존경하는 둘로스님의 글에 대한 반박의 글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글에 대한 저의 답글입니다. 항상 읽기만 해서 죄송스러운 마음에 길게 적어 보았습니다. 일종의 댓귀라고 생각하시고 재미있게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1) 청


차인은 사귐에 있어서 청과 탁을 구별하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흐르는 물과 같아서 애초에 구별이 없는 것이다. 청과 탁은 애초에 물의 구별이 아니고 물과 섞인 것의 농도에 따라서 사람들이 멋대로 가져다 부친 것으로 그것은 본질적인 물의 문제와는 상관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차인은 청과 탁을 가리지 않는다. 이는 녹차와 발효차를 구별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나 너무 청하면 고기가 모이지 않고 너무 탁하면 썩기 쉽다. 말하자면 너무 청하면 스스로의 감옥을 짓는 것이요, 너무 탁하면 아무데서도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없다.


2)화


조화는 부조화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우리는 차별을 들어냄으로써 진정한 차이를 알고 그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30년 된 보이차를 마시고 모두가 다 좋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보이 생차를 마시고 다 쓰다고 인상만을 쓰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둘이 똑같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모두가 다르다(차이가 있다)라는 것이고 그리하여 더욱 중요한 것은 그래서 세상이치가 굳이 조화를 이루려고 하지 않아도 원래 조화롭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이 조화를 가지고 화두를 삼아서 백성을 다스리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중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개그 용어는 “조화”이다


3) 경


사람은 모름지기 자기 자신을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여야 한다. 그 것이 왜냐하면 내가 없으면 네가 없고, 자연도 없고 신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중요한 것은 내가 없어도 너는 있고, 자연도 있고, 신도 있다는 것이다. 당신이 오늘 갑자기 죽는다고 해서 세상이 확 달라지진 않는다는 말이다. 말하자면 당신은 전부이고 또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면 당신은 당신을 존경하고 또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4) 적


고요함은 내공을 쌓는 일이다. 외공을 많이 쌓는 사람에게는 약간 어려운 일이다. 도와주지는 못하지만 마음속으로 가난한 이의 처지를 동정하고 안타까워하는 사람은 많다. 반면에 부를 과시하며 거들먹거리며 연말연시면 꼭 난리법석을 떠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경시할 수 있다. 그러나 떡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떡 주는 사람이 바로 고마운 사람이다. 내공이 먼저냐? 외공이 먼저냐? 당연히 외공이 먼저다. 먼저 행동하라 그리고 실패를 통해서 배우시라. 가만히 폼 잡고 가부좌 틀고 있으면 결국은 그러다가 그냥 죽는다.

 

5) 정행


정행이라는 것은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하여 눈밭에서 발자국을 똑바로 남기는 것과 같다. 그러나 눈을 즐기는 사람은 뒷사람을 개의치 않는다. 어차피 눈은 또 오고 발자국은 지워지기 마련이다. 정행은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서 자기 통제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를 사는 사람은 통제라는 낱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단지 직관에 순종하려고 할 따름이다. 직관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작용하는 삶의 유일한 진리이다.


6) 검덕


검덕의 본 뜻은 이렇다. 있을 때 쓰고 없을 때는 그 때가서 생각한다. 물건, 돈의 본시 용도는 쓰라는 것이다. 따라서 쓰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쌓아두는 것은 문제이다. 쌓아두는 것은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반드시 썩기 마련이다.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지식, 돈, 경력, 내공 그리고 마음속의 예쁜 애인. 반드시 자주 갈아주어야만 할 것들이다.


7) 중정


살다보면 미운정이 진짜 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돈을 꾸어 줄 때에도 꼭 미운 놈에게 어쩔 수 없이 더 많이 꾸어주게 된다. 안 보고 싶은 사람 자꾸 보게 된다. 그러나 그 것을 모두 수십 년간 같이 산 내 아내라고 생각하고 꼭 껴안으면 살만해진다.


차인지교는 항상 흐르는 물과 같을 지니 참으로 이는 소변을 참지 못하는 이치와 같다.

출처 : 차맛어때
글쓴이 : 몽상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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