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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책방/冊冊冊

성냥팔이 소녀

by 소연(素淵) 2010. 12. 21.

6학년이 된 딸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통 알수가 없는 답답한 나날이다.

맑았던 순수한 눈동자도

불만 많아보이는 호전적 눈매로 흐려져 보이고,

 

내 품안에 있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것은 엄마의 마음뿐인가?

이 아이는 다정하게 대하는 나를 부담스러워하는 듯 함께하는 시간을 싫어하는 듯 해서 서글퍼지는 연말이다.

 

늦은밤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와 늦은밤 야간 근무를 하고 돌아온 내가 나누는 대화가 너무 냉담해서...

 

아이에게 동화책 읽어주었던 날들을 떠올리며

안데르센 동화집을 같이 읽자고 했다.

전에는 한페이지 한페이지 합창을 하며 서로서로에게 읽어주었는데...

 

눈의여왕이라는 책 제목아래, 나이팅게일, 백조의 호수, 인어공주, 장난감 병정, 성냥팔이 소녀가 실려있는 안데르센 동화책이다.

 

아이가 고른 내용은

 

성냥팔이 소녀...

무척이나 짧은 분량, 하룻밤의 짧은 시간으로 이루어진 동화다.

 

추운 겨울날 매질하는 아버지에게 쫓겨난 성냥팔이 소녀는 엄마의 큰 슬리퍼를 신고 나오다 슬리퍼를 잃어버리고 만다.

성냥을 다 팔기전에는 집에 돌아갈수도 없는 불쌍한 소녀는 따스한 불빛이 흘러나오는 행복한 집을 바라보면서 차가운 바깥 담벼락에서

성냥불을 하나하나 그어 불빛을 보며 환상에 젖어 짧은 순간 행복해 하다가

이미 돌아가신 할머니와의  만남을 행복해 하다가 밤새 얼어죽고 만다.

 

어린시절때 부터 자주 들어서, 읽어서 다 하는 뻔한 스토리였는데

책을 읽어주다 나도 모르게 목이 메이고, 울먹이다가 그만 컹컹 울고 말았다.

눈물이 좀처럼 그치지 않아.... 울먹이며 책을 읽게 돼었다.

 

처음엔 별반응이 없던 아이는 내가 눈물을 흘리면서 울먹이며 글을 마무리하자

신기한 쳐다보는데...

 

어릴때도 읽으면서는 눈물을 안흘렸는데

왜 이리 격렬한 슬픔이 느껴질까?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눈물이 많아진걸까?

 

동화가 쓰여진 시대와는 비교할수 없을 만큼

풍요로운 시대지만

 

아직도 우리곁에는 성냥팔이소녀들이 많다는걸 느낄때마다 마음이 더 무거워진다.

 

사람사는 세상...

만물이 더불어 상생하는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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