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책방/訪訪訪
노을 캠핑장
소연(素淵)
2019. 5. 17. 14:42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뭄으로 헐벗고 영하 13도
영하 20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 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받는 몸으로, 벌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러나
이제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 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영상 5동 영상13도 지상으로 밀고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후르르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 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 피는 나무이다 -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김수영 작